백지영은 4일 오후 6시 여러 음원사이트를 통해 '우리가'를 타이틀곡으로 한 새 미니앨범 '레미니센스'(Reminiscence)를 발표한다. 또한 오는 11월 수원을 시작으로 대구 청주 부산 서울 등을 돌며 '백 스테이지'(BAEK Stage)이란 이름으로 20주년 콘서트 투어도 펼친다.
그간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고, 육아와 연예 활동을 병행하며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다보니 3년이라는 음악 공백기를 갖게 됐다는 백지영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소중한 앨범을 내놓게 됐다.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매니저와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고, 20주년을 시작으로 새 항해를 시작하는 백지영은 "나 자신을 다질 수 있는 터닝 포인트"라며 겸손한 마음을 내비쳤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지영은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아이를 향한 따뜻하고 애정 넘치는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은.
▶회사와 온도가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20년을 기다리는 19주년이 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스태프들은 20주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더라. 20주년을 이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서 좋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할일이 없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느낌을 없애고 싶어서 20주년을 기념하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을 다질 수 있는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3년만의 컴백 소감은.
▶'그대 마음을'을 낸지가 3년 됐다. 나 나름대로 바쁜 3년을 보냈다. 이렇게까지 오래된지는 체감을 못했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오래도록 선보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애정을 쏟아서 만들었다.
-3년간 큰 변화는.
▶아이가 생긴 것이 가장 크다. 내 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지 않나. 정말 긍정적인 변화를 줘서 따뜻한 마음이 많이 생기고 정말 소중한 선물이 생기다보니까 일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다. 워킹맘들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 바쁠때는 너무 바쁘지만, 안바쁠때는 아이와 오롯이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일도 가정도 만족스럽고 안정되고 충만하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한 경험에 그 감정을 가져다 쓰면은 너무 진해진다거나 너무 슬퍼진다거나 그 이상의 상상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이 생기는 것 같다. 가사나 멜로디를 쓴 작업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며 쓰는 것이 더 수월하다. 내 생활과 곡을 표현하는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지성씨와 친분이 있는 것인가.
▶알지는 못하는데, 나무엑터스 관계자분들과 친해서 자연스럽게 출연하게 됐다. 지성님이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감사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 소재들이 아픔과 이별인 것 같다.
▶이런 감정을 받으시면 되겠다고 했다. 위로 이런것 보다는 그날을 떠올릴 수 있는 향기나 향수, 그런 공기의 느낌. 너무 추상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너무 슬프고 절절하기 보다는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이틀도 '레미니신스'라고 지었다.
-'추억' '회상'이런 주제인데, 백지영의 과거를 회상한다면.
▶처음 데뷔했을 때 백지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노래부르고 춤추는 기계같은 느낌이었다. 당시 매니저 다이어리를 보면 하루에 13개까지 했다고 하니까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었다. 체력이나 성대를 단련하는 느낌이었다. 데뷔와 10주년 사이에 좋지 않은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었기 때문에 성숙되어지는 단계였던 것 같다. 나이에 좋은점도 있는 것 같다.
-20주년이 되어서 확실하게 좋아진 점이 있다면.
▶일단은 작업에서 욕심이나 조급함이 많이 없어졌다. 10주년때는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다. 공연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이제는 하나라도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할 생각 있다. 댄스를 하고 싶다 해서 곡을 받았는데, 사실 컬래버레이션이 많이 들어온다. 지금 내가 어떤 가수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기에는 나이 격차가 클 것 같다. 택연이랑 딱 띠동갑이었는데 거기까지가 맥스인 것 같다. 더 멀어지면 조금 힘들 것 같다. 나이든 여자 솔로가수가 댄스를 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고 싶다.
-눈에 들어오는 남자 후배가 있다면.
▶아예 염두에 두지를 않으니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는 마음을 놔버리니까 잘 모르겠다. 무대를 잘 하는 친구들을 알겠는데, 나와 매칭은 잘 안되는 것 같다.
-엄정화 등의 선배들이 힘이 되는지.
▶정화언니 앨범이 나왔을 때 언니는 정말로 수익이나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성에 차지는 않았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많은 것을 감내하면서 노력했더라. 나는 언니에 비해 많이 모자라다. 언니는 진짜 대단하다. 나에게 롤모델이 있다면 엄정화 언니다.
-요즘 솔로 여자 후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은.
▶탑골가요의 청하가 나라고 하더라. 별이 탑골 아이유라더라. 별은 자신은 탑골까지는 아니라고 했다(웃음). 비교되는 것이 유쾌하고 재미있더라. 사실은 춤추고 그랬던 모습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당김 없이 힘으로 밀어부쳤다. 지금의 청하가 디테일하고 그렇다. 기분이 좋다. 여자 솔로 가수가 나와주고 인기를 얻으니까 사실 청하와는 잘 모르지만, 솔로 여자 가수들이 꾸준히 활동을 해주는 것이 굉장히 힘이 되고 고맙다.
-진짜 OST 여왕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나이는 내가 제일 많다. 하하. 사실 흐름이 있다. OST에 좋은 기회가 와서 한 시대를 너무 누렸기 때문에 린, 거미, 윤미래, 케이윌, 성시경 등 성공하는 것이 흐름이 좋은 것 같다.
-20주년 앨범에 작사나 작곡에 참여를 안했다.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나는 아티스트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창작을 해서 결과물을 땀과 피로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사실은 지금까지 큰 욕심을 가져보지 못했다. 예전에 가사를 작업한 적있는데 지금도 못듣는다. 그것에 대한 자신이 없다. 한번쯤 꿈을 꿔본적은 있지만 실행에 옮기고 싶은 열정은 안생기더라. 표현해내는 사람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인 것 같다. 스마트폰 때문에 모든 것이 짧아지고 조각조각나고 호흡도 짧은 것을 선호하지 않나. 그게 분위기에 편승되어서 그 친구들이 나이를 먹어서 그 감성을 이해하면 발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소속사를 옮겼는데, 오래 호흡을 맞춘 매니저(최동열 대표) 새롭게 시작하는데 가수로서도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은 없는지.
▶최동열 대표하고는 '사랑안해' 때부터 같이 일했다. 햇수로 14년됐다. 이 친구하고 계속 일을 해왔고 지금쯤 이 친구가 대표가 되어서 일을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고민하지 않았다. 막상 이 친구가 만든 회사에 1호 연예인으로 들어왔더니 일하는 환경이 다르지 않았다. 분위기가 막 쇄신이 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직함이 '동열아'에서 '대표님'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만들어진 회사에서 나온 첫 가수라 힘에 부친다. 스케줄을 빡세게 잡는다.(웃음) 아직까지 이 회사가 나로 인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영광인 일이다. 이번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유치한 이유다. 가족보다 보낸 시간이 진짜 많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가족보다 서로에 대해서 아주 민감한 부분까지 공유를 하게 된다. 가족들은 덮어 놓고 내 편이지만 동열이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나를 컨트롤한다. 가족은 아니지만 또다른 가족이다. 우리는 비전이 통했다.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한 내가 생각하는 조건들이 있었는데, 그걸 받아들여줬다. 그 사진 안에 그런 마음들이 많이 들어가있었다. 회사를 아직 임시 사무실을 쓰고 있는데 우리 회사가 사무실을 얻고 회사를 만들면 그 사진을 걸어놓을 예정이다.
-딸을 낳고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생각이 많이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음악에 영향을 줬나.
▶사실은 무대에 오르는 가수와 진짜 인생을 분리하면 안되지만, 표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의 생활하고는 조금 분리가 되는 것 같다.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 처절하고 슬픈 이별을 노래하면서도 완전히 처절하지는 않다. 추억도 있고 한 곡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 생활에서 끌어다 쓰는 감정이 아니다보니까 영향을 많이 주지는 않는다. 만족하고 충만하고 그러다보니까 벌스가 따듯한 노래를 선호하게 된다.
-아이는 엄마가 가수라는 것을 아나.
▶TV에서 내가 나왔는데 TV에 엄마가 나온다면서 뽀뽀를 하고 있더라. 그런데 집에 내가 오니까 조금은 혼란스러워하긴 하는데, 내가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아기가 음역대가 정말 높다. 가창력이 잘 발전한다면 가수를 해도 될 것 같다. 목청 하나는 진짜 좋다.
-이번 앨범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는지.
▶많이 사랑해주세요 하는 느낌보다는 같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돈벌어다 주는 노래이긴 하지만, 대중에게 좋은 선물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저는 차트보다는 노래 부르는 매 무대를 이런 마음으로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앞으로의 20년은.
▶20주년을 맞이할지도 몰랐고 상상도 못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일들을 보면서 달려왔다. 막상 크게 의미를 두지않았는데 앨범을 녹음하면서 보니까 이 시간이 그때 그생각이 너무 교만했던 것 같다. 거만했던 나를 반성하고 있다. 내가 20년을 더 한다면 그때는 모든 수익을 환원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확정은 아니다. 하하. 시간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진다.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는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어떤 분이 얘기하는데 작은 공연도 좋은데, 내 목소리 톤이나 음향 시스템에 맞는 톤이 중형 이상 공연장과 어울린다고 하더라. 여러가지 공연을 해가면서 공연을 좀 많이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체력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비전처럼정신과 멘탈을 다 건강하게 해야될 것 같다. 20년 뒤에는 환갑인데 건강하게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비전을 중간에 뒤집어 엎지 않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