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처에서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극본 송윤희/연출 박준우) 주연 봉태규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봉태규는 "체력 부족하다고 생각 한 번도 안 했는데 체력이 부족한 게 느껴지더라. 드라마 끝나자마자 운동부터 끊었다. 내년에 마흔인데 데뷔 20주년이라 해서 특별하게 느끼는 건 없다"면서도 "한 직업을 20년씩이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많은 분들에게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배우란 직업은 더 그렇다. 혼자서 할 수 있다기 보다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 개인이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라는 배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에 대해 생각 안 할 수 없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한 직업을 20년 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기 보다 현장서 더 성실하게 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사실 현장에서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 연기 생각 하는 게 많아서 그러지 못했는데 더 살갑게 대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오히려 하게 됐다. 나이 들어서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는데 이 직업을 오래 하고 나니까 더 그런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데뷔 초반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제 직업을 배우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그는 "데뷔 당시엔 인터뷰를 하면 '배우를 취미로 한다'고 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때는 배우를 직업이라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취미입니다. 재밌게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제는 배우가 제 직업이라고 완벽히 인지하고 있다. 이 마음 가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고 밝혔다.
봉태규는 앞으로의 20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때까지도 대본을 외울 수 있고 현장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이번에 (박)지영이 누나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데뷔하신지도 오래됐고 경력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선배님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지영이 누나를 선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저렇게 사고가 유연하고 후배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선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년 후에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이와 상관 없이 유연하고 연차 차이 많이 나도 어려움 없이 대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 5일 종영한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이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건,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들은 이러한 일이 잊히거나 반복돼선 안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봉태규는 '닥터탐정'에서 UDC 수석 연구원 허민기 역으로 활약했다. 허민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이커로 치장한 허세 의사로 등장해 자유분방하고 임기응변이 넘치는 처세술의 달인 면모로 눈길을 끌었다. 또 허민기는 15년 전의 아픈 기억을 가슴 깊이 지니고 있는 인물로, 이후 불의의 현장을 목도하면 끝까지 파헤치는 저돌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봉태규는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감정 변화는 물론, 정의와 신념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하고 겸손할 줄 아는 허민기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내며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여기에 센스 넘치는 애드리브와 유머러스한 표정, 제스처로 드라마의 강약 조절에 큰 몫을 해내기도 했다. 전작 '리턴'의 김학범 이후 다시 한 번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