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종종 '연기 천재'로 불린다. '믿고 보는 배우'는 수없이 많지만 매번 카멜레온처럼 전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능력만큼은 그에 비견할만한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병헌의 이름을 앞세운 영화관이 생겼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롯데시네마 성남중앙점에 생긴 '이병헌관'이다.
'이병헌관'은 롯데시네마 성남중앙점의 6관에 붙은 새로운 이름이다. 지난달 12일 롯데컬처웍스(대표이사 차원천)는 롯데시네마 성남중앙점에 '이병헌관'을 오픈하고 이병헌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핸드 프린팅 행사, 이병헌관의 열쇠인 골드카드 전달식 등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6관의 주변에는 28년간 이병헌이 이뤄온 화려한 영화 인생이 전시돼 있다. 빽빽하게 적힌 프로필과 사진 자료로 구성된 인생 그래프,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의 대본, 대표작들의 포스터 등은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끈다. 1991년 데뷔 후 2019년 현재까지 수많은 작품들에서 사랑을 받아 온 스타이기에 반가운 작품들이 많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곤룡포를 입고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부터 '내부자들'의 스틸 컷 속 기괴한 표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의 냉혈한의 얼굴 등 다채롭다.
태어날 때부터 데뷔, 할리우드 진출,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 경험 등을 사진 자료로 정리한 그래프에서는 이병헌이 자신에게 쓴 편지까지 읽어볼 수 있다.
'애써 어른스러워 지려고 하지도, 철없다는 핀잔에 부끄러워 하지도 않았음 좋겠어. 때론 철없던 어린시절의 그 순수했던 엉뚱함으로, 지나치리만큼 자유로운 생각 때문에 오히려 생각없어 보이던 그때 그 기분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사는 건 아주 멋진 일이라 생각하거든'이라며 스스로를 '어른, 때로는 소년'이라고 부르는, 이 감성 가득한 이의 글은 소년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이병헌과 썩 잘 어울렸다. 번외로는(?) 귀여운 유치원 졸업사진과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찍은 어린 시절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병헌관'은 롯데시네마에 처음 생긴 배우 기념관이다. 롯데컬처웍스 외에도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유명 배우나 감독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세우고는 한다. 롯데컬처웍스는 이병헌과 스타체어 행사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롯데컬처웍스가 올해 시작한 스타체어는 배우가 직접 지역과 좌석을 지정하고, 그 좌석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이다. 이병헌관 안 L12 좌석에서 이 '스타체어'를 확인할 수 있다. L12는 이병헌의 이니셜 엘(L)과 생일(7월12일)을 조합한 번호다.
스타체어 행사 이후 롯데컬처웍스는 배우의 이름을 건 기념관을 기획했고, 첫번째 주자로 이병헌을 택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뉴스1에 "이병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다. 선정할 때 한국 영화계에서 이룬 성취와 영향을 고려했다. 특히 이병헌은 한국 배우로 할리우드에 안정적으로 진출해 한국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후배 영화인들의 세계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발자취를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가 있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는 이병헌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이병헌관이 이곳 롯데시네마 성남중앙(신흥)점에 생긴 것도 이를 고려한 선택이다. 6관에 '이병헌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병헌으로부터 영화 포스터와 소장품 및 애장품을 기증 받아 전시했다.
전시의 구성은 이병헌과 많은 상의 끝에 정했다. 이병헌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필과 영화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소장품들을 내놓았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배우 측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필과 영화 작품 위주로 사진과 물품을 선정했습니다.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난 배우 답게 선정 과정에서도 끝까지 어떤 전시품이 좋을지 고심한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병헌관'은 기본적으로 5년간 전시할 예정이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이후에도 이병헌 측과 협의를 거쳐 유지할 계획이며 이병헌의 추후 작품 활동에 따라서 새로운 전시품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헌관'의 오픈을 기념해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롯데시네마 성남중앙점에서는이병헌이 직접 선정한 대표작 '번지 점프를 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광해, 왕이 된 남자' '내부자들' 총 네 편을 상영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많은 관객들이 '연기 천재'의 대표작을 봤다.
이병헌 외 다음 기념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정해진것은 없지만 향후 한국영화에 있어 영향력있는 영화인이 있다면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