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은 미혼모에 술집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 분)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강하늘 분)의 폭격형 로맨스를 그린다. '백희가 돌아왔다'로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준 차영훈 PD와 임상춘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몽글몽글한 감성을 담은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12회(하루 2회씩 방영)가 1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달성하며 수목극 왕좌를 가뿐하게 지켰다.
남편은 없지만 아이는 있는 동백은 수년 전 옹산에 등장, 특유의 묘한 분위기로 주민들의 주목을 받는다. 마을 여자들은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카멜리아에 손님도 빼앗기자 점점 경계심을 갖고, 결국 그는 왕따 아닌 왕따로 살아간다. 소심한 동백은 이 대책 없는 미움에 반항하지 못하지만, 그 와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본인만의 소신을 지켜 그가 가진 매력을 드러낸다. 황용식은 이 '옹산 다이애나' 동백에게 첫눈에 반하고 끊임없이 대시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 동백의 계속되는 거절에도 굴하지 않은 황용식은 동백을 온갖 편견과 위협으로부터 지켜주겠다고 선언해 '순정남 끝판왕'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동백꽃 필 무렵'의 포인트는 '일상 속 판타지'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도시 옹산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곳이다. 이 곳에서 소시민들은 특산물인 게장을 팔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푸근한 곽덕순(고두심 분), 허세 부리는 노규태(오정세 분), 트러블메이커 박찬숙(김선영 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여기에 판타지로 중무장한 인물 황용식이 등장한다. 동백이 미혼모든, 술집을 운영하든 개의치 않고 '직진'하는 이 비현실적인 촌놈의 로맨스는 평화로운 도시 옹산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이 순수하지만 촌스러운 황용식의 마음이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다. 황용식은 동백에게 일곱 번 거절당해도 여덟 번 고백하는 오뚝이. 동백은 황용식의 마음을 알아챈 뒤 동네 사람들의 입소문이 두려워 그 마음을 미리 거절하지만, 황용식은 "유부녀만 아니면 직진"이라며 동백에게 다가간다. 사랑조차 계산적인 시대라 그의 '순정'은 더 색다르게 다가오고 '촌므파탈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이 투박한 연정이 동백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도 녹였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연쇄살인마 까불이의 존재는 스릴러 한 스푼을 추가, 그저 흘러갈 뻔한 이야기에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까불이의 유일한 목격자가 동백이라는 설정은 그를 로맨스 주인공이자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자연스레 극의 중심에 서게 한다. 자칫 자극적으로만 풀어낼 수 있는 미혼모 캐릭터 역시 평생 외로웠던 탓에 자신만의 가족을 바랐던 동백과 편견에 갇히지 않는 황용식을 설명하는 소재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캐릭터들의 매력도 대단하다. 제작진은 동백과 황용식은 물론, 허세왕 노규태, 동백을 질투하는 변호사 홍자영(염혜란 분), 맹한 듯하지만 독특한 알바생 향미(손담비 분), 엄마 동백을 야무지게 지키는 필구(김강훈 분), 타성에 젖은 듯 보이지만 까불이 검거를 향한 열망이 있는 변 소장(전배수 분) 등 옹산 주민들에게 각기 다른 서사를 부여하고, 배우들은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리얼리티를 더해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임상춘 작가는 인물의 감정선을 담백하게 살려내는 것은 물론, 멜로4:휴먼4:스릴러2의 비율로 섬세하게 서사를 쌓아 '동백꽃 필 무렵'을 만들어가고 있다. 차영훈 PD 역시 디테일한 연출로 각기 다른 장르가 극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노력이 더해져 시너지를 발산한다.
이와 관련 '동백꽃 필 무렵' 이건준 CP는 최근 뉴스1에 "요즘 콘텐츠가 많은데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어 '역시 좋은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본다' 싶다. 이야기의 힘이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의 흥행 요인에 대해서는 "임 작가가 멜로와 미스터리 소재를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대본을 잘 쓰고, 차 PD 역시 연출을 잘해주고 있다. 배우들도 모두 기대 이상으로 연기를 소화해 시너지가 일어난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도 탄탄한 완성도의 극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