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출연 가수들이 오승근 노래로 고(故) 김자옥을 추억했다.
지난 16일 저녁 6시5분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오승근&조항조 편에는 박상민, 김바다, 울랄라세션, 퍼펄즈, 디셈버, 스테파니, 호란 등이 출연해 전설의 노래로 실력을 겨뤘다. 이날 최종 우승은 조항조의 '거짓말'을 부른 박상민에게로 돌아갔다. 실력을 겨루는 대결을 떠나서 이날 방송은 김자옥을 추억하는 무대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노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무대에 오른 스테파니였다. 스테파니는 오승근의 '떠나는 임아'를 선곡해 그리운 감정을 담은 안무와 애절한 보이스로 시선을 뗄 수 없게 했다. 호란은 스테파니의 무대에 "팔을 뻗기만 했는데도 팔의 선에서 스토리와 감정이 다 전달 됐다. 홀린 듯이 봤다. 저도 스테파니씨의 감정에 동화돼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무대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 것도 당연했다.
스테파니는 오롯이 그리움을 담아내기 위해 노래와 안무 뿐만 아니라 무대 구성에도 꽤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노래를 마친 후 김자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현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영상 속 김자옥은 "언니, 난 배우가 너무 좋다. 내 팔자도 참 괜찮다. 내가 드라마 속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펑펑 울어 보는가 싶은 게"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스테파니는 영상과 함께 "당신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한 소녀다. 당신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한 배우다"라며 특별한 방법으로 김자옥을 추억했다.
남편 오승근 역시 스테파니 무대를 본 후 눈물을 훔쳤다. 그는 "'떠나는 임아'는 근래 와서 부르지 않은 곡이다. 부르면 눈물이 난다. 오늘도 눈물이 났다"라며 "문득 문득 아내가 떠오른다. 지금도 죽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디 멀리 가있는 것 같다. 외국에 가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김자옥의 빈자리는 여전히 믿기지 않아 더욱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앞서 오승근은 김바다의 '내 나이가 어때서' 무대를 본 후 "이 노래는 집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아내가 선택해 준 곡"이라며 부부만의 추억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나와 맞지 않는 곡인 것 같아 안 듣고 있었다. 어느날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에 이 노래를 듣게 됐다. 아내가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울랄라세션도 김자옥과의 추억을 공개했다. 그는 "고(故) 임윤택이 암으로 힘들어할 때, 김자옥 선생님이 이성미 선생님과 와서 많이 기도해주셨다"라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김자옥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분명 이날 방송의 전설은 오승근과 조항조였지만 시청자들은 우리 곁을 떠난 김자옥을 추억하기 바빴다. 잊고 있었던 김자옥의 빈자리는 새삼 크게 다가왔다. 김자옥은 폐암 투병 끝에 지난 2014년 11월16일 향년 6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08년 대장암 수술 후 재발한 암 때문에 항암 치료를 받아오던 중 병세가 악화돼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했다.
tvN '꽃보다 누나'를 통해 김자옥은 시청자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국민 공주에서 국민 누나로 큰 사랑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비보는 그만큼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불후의 명곡'은 지금도 환하게 웃으며 '공주는 외로워'를 부를 것 같은 그의 빈자리를 확인시켜주고, 빈자리를 추억으로 채웠다. 승부를 위한 노래가 아닌 추억을 위한 노래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