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윤식당을 차리고 싶다.’ 각박한 현실을 벗어나 따뜻한 남국에서 식당을 하나 차리고 소소한 행복을 즐기며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한 대리만족 예능 tvN ‘윤식당’. 시청자의 ‘꿈’을 대신 실현시켜주는 콘셉트와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출연진 4명의 완벽한 조화로 최고 시청률 14%(닐슨코리아 케이블 가구 기준)을 달성하며 ‘윤식당’ 열풍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힐링 예능’이 된 ‘윤식당’의 뒤에는 나영석 PD, 이진주 PD 그리고 김대주 작가를 주축으로 한 제작진이 있었다. 어렵게 차린 식당이 철거되던 날부터 반신반의하며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그리고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된 순간까지, ‘윤식당’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김대주 작가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윤식당’이 최종회를 앞두고 있는데 한 작품을 끝내는 소감이 어떤가요.
“‘윤식당’은 유난히 힘든 프로그램이었어요. 촬영이 끝날 때 ‘다시는 여기 안 온다’고 할 정도였죠. (웃음) 지금은 다 잊어버렸어요. 언제 한 번 다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촬영 때처럼 힘든 것 하지 말고 스태프들도 좀 즐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가게가 한번 철거되는 바람에 초반에 계획했던 휴식을 즐길 여유가 없었어요. 얼마 전에 이서진 형이 연락 와서 저와 제작진 몇 명이 함께 식사를 했어요. 서진이 형은 ‘지금까지 봤던 바다 중에 제일 좋았다’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Q. 이서진 씨는 ‘윤식당’ 촬영을 즐긴 것 같아요.
“사실 서진이 형이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에요. (웃음) ‘꽃할배’에서 워낙 선생님들이 일찍 일어나시기도 했고 서진이 형도 느지막히 일어나고 그랬거든요. ‘윤식당’에서는 아침부터 이곳 저곳 돌아다니더라고요. 카메라 팀이 세팅을 하기도 전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수영도 하고 오고. 그 섬과 바다를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재방문하고 싶은지 오는 방법을 자세하게 물어보고 그랬어요.”
“두 분이 ‘윤식당’ 때문에 알게 됐는데 빨리 친해졌죠. 일단 서진이 형이 누굴 그렇게 어렵게 대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니에요. 편하게 대하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것 같아요. 또 두 분이 나이 차이도 좀 있고요. 서진이 형은 스태프 이름도 하루 이틀이면 다 외워서 이름을 불러요. 이름을 부르면 서로 금방 친해지잖아요. 방송 스태프도 ‘나의 팀’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Q. 나영석 사단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이서진 사단일 수 있겠네요.
“그럴 수도. (웃음) 촬영이 끝나면 다들 형 동생처럼 지내요.”
Q. ‘윤식당’의 시작이 궁금해요.
“저와 이진주 PD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죠. ‘외국에서 식당이나 하면서 살아볼까?’ 라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살까 고민도 해봤죠. 민박, 하숙, 현지인과 함께 살기 등. 저희가 워낙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으니, 그걸 접목시켜보자고 생각했죠.”
Q. ‘윤식당’은 ‘매출’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런 점이 더 큰 판타지였죠. 생계를 위한 장사가 아니었으니까요.
“장사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돈은 ‘빼고 가자’고 생각했어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 저희의 콘셉트였거든요. 프로그램 이름이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이에요. 정말 마음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점심 장사만 하다가 문 닫을 수도 있고. (웃음) 처음에는 그랬는데 어느 순간 여유가 없어졌어요. 왜냐면 장사가 결국 ‘타인’을 대하는 거더라고요.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거죠. 또 윤여정 선생님이 ‘대충 하자’가 안 되는 분이에요. 타협은 없어요. 엄청 열심히 하셔서 아주 ‘바쁜’ 윤식당이 됐죠.”
Q. 결과적으로 매출은 어땠나요.
“제작진이 장을 볼 수 있게 종자돈(촬영비) 은 줬거든요. 처음에는 적자였는데, 장사하느라 필요한 재료비 정도는 번 것 같아요."
Q. 매회 메뉴가 추가됐는데, 그것 역시 계획한 것이었나요.
“처음에는 다양한 메뉴도 생각했는데 일단 불고기로 시작을 했죠. 사람들이 몰입하다보니 ‘이거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었던 거죠. (웃음) 추가된 메뉴가 요리하기 어려운 메뉴는 아니에요. 라면, 만두, 치킨, 파전 등 간단한 요리예요. 서진이 형이 윤여정 선생님 콘디션 좋을 때 슬쩍 메뉴를 추천해요. ‘선생님 라면 어떨까요?’ 하면서. (웃음) 사실 라면이 그렇게 팔릴 줄은 몰랐죠. 엄청 더운데 많이 먹더라고요. 그리고 일단 그 섬까지 여행을 올 정도면, 이미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에요.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가 가장 먼저 생각한 인물이 바로 윤여정 선생님이에요. 자신의 분야에서 오래도록 열심히 일한 사람이 은퇴 후에 외국에 나가서 장사를 하는 느낌을 떠올렸거든요. 돈을 벌어야 하는 느낌도 없고, 여유와 쉼에 가까운 이미지도 있고요. 그런 점이 ‘윤식당’과 잘 맞았죠.”
Q. ‘윤식당’에서 윤여정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아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힘들어하더라고요.
“안 하던 걸 하려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윤여정 선생님이 본인이 못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아요. 못 해서 부끄러운 것도 싫어하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죠.”
Q. 정유미가 윤여정의 옆에서 속도를 맞춰주거나 메뉴를 정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윤여정 씨가 긴장하지 않도록 보조를 맞추더라고요.
“주방의 콘트롤 타워죠. (웃음)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루 종일 둘이서 요리를 하면서 호흡을 맞추며 윤식당도 안정을 찾았죠. 정유미씨가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낼 것은 예상하지 못 했어요. 가게가 일주일 만에 안정된다는 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윤식당은 며칠만에 안정을 찾아요. 그런 걸 보면 출연자들이 진짜 엄청 열심히 한 거예요.”
'윤식당' 작가 "흥행 예상 못해, 손님들 대화가 재미의 시작"[인터뷰②]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