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나를 귀찮아 하는 것 같지만,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는 친구,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내 목소리의 온도만으로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주는 ‘남사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알고 있다. 현실에 이런 ‘남사친’은 없다는 것을. 로망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기 위해 KBS ‘쌈마이웨이’의 고동만, 박서준이 왔다.
고동만을 멀리서 보면 ‘멋진 남자’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직장은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본인 과거의 상처 때문에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과도 마음의 벽을 쌓고 산다. 그 뿐인가. 1화에 등장한 소개팅 장면에서 볼 수 있듯 고동만 자체가 센스 있는 성격도 아니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고동만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남자다.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애라에게 버럭 버럭 화를 내거나, ‘떡진’ 머리에 기겁을 하면서도 결국 애라의 부탁은 다 들어주곤 한다.
애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물불 가리지 않고 앞장 선다.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불같은 성격은, 애라에 위기에만 표출되는 것이다. 그렇게 때로는 남자처럼, 때로는 든든한 큰 오빠처럼 굴던 고동만이 마치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아이처럼 “나쁜 놈들이랑 다니지 말고, 나랑 놀자”고 말한다. 그 반전이 애라는 물론 ‘쌈마이웨이’의 여심을 사로잡는다.
tvN '마녀의 연애' 의 윤동하로 연하남의 정석을, MBC '킬미 힐미'로 순정남의 매력을,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다정한 매력을 보여준 박서준. '쌈마이웨이'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로코' 무기를 총동원하고 있다.
‘멋짐’을 부릴 수 있는 모든 시각적 장치가 없는 캐릭터임에도 박서준의 능청과 설렘을 오가는 차진 연기가 고동만을 사랑스럽고, 때로는 기대고 싶은 남자로 그리고 있는 것. 조각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밝은 미소를 가진 얼굴, 다양한 감정을 담은 눈빛이 그의 무기다.
아직 2회이지만, 벌써부터 시청자에게 “왜 나는 저런 남사친이 없을까”라는 아쉬움 섞인 질문을 끌어내고 있다. 박서준이 만들 완성작 고동만은 어떨까. 만인의 ‘남사친’ 고동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