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남 건호 씨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묘소 앞에 헌화하고 있다. 2015.8.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시험지 "'노' 6세때 부엉이바위에써 떨어져 뇌 손상"…사자 명예훼손
재판부 "대학의 학문적 자유보장…'노'는 盧 전 대통령과 명백히 달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대학교 학부 시험문제에서 아버지를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지문을 실어 논란을 일으킨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우철)는 3일 건호씨가 홍익대 법과대학 류모(57)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건호씨는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류 교수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류 교수는 같은달 영어로 강의하던 미국계약법 과목의 기말고사에서 문제를 내며 '노(Roh)는 17세이고 그의 지능지수는 69이다. 그는 6세 때 부엉이바위에서 뛰어 내린 결과 뇌의 결함을 앓게 되었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 봉하대군이 노에게 집을 자신에게 팔지 않으면 고아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자 노는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내용의 지문을 제시했다.
당시 류 교수는 이에 대해 "비하 의도는 없었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더 잘 이해시키려는 의도였다"며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려고 새로운 방법을 다듬어 개발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민법에서는 사람이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사자는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도 "생존 시 이루어 놓은 명예, 인격 등을 사망한 후에도 일정한 범위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자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존재하는 것과 별개로 사자 본인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인정해 이를 유족이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문항의 출제가 노무현의 유족으로서의 원고 측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문항 표현 자체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며 "그러나 시험문제에서 묘사하고 있는 '노'가 대통령을 역임한 노무현과 명백히 다르다는 것은 대학생이라면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문항을 출제한 류 교수가 대학 내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학문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노 전 대통령에 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