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개변론서 "대체복무 기회"vs"병역회피 수단" 맞서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9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 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대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낸 A(31)씨 등 청구인 측 대리인은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는 사람의 생명을 살상할 수 없다는 생명존중과 평화, 공존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며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법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도외시하고 사회에 기여할 젊은이들을 계속 감옥에 보내는 것은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정 변호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중국과 대치중인 대만도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지만 병역회피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고 사회보장 수준도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추상적이고 과대평가됐다"며 "오히려 (우리 군의) 병력을 줄이고 무기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장관 측 대리인으로 나선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국방의 의무는 국민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라며 "이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서 변호사는 "병역 부담의 형평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조되고 있다"며 "병역의무 이행에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면 병역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양심적 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자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양심에 따른 거부를 심사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들은 보통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재입영처분을 피할 수 있는 징역 1년6월을 선고한다"며 "이는 죄의 대가로 양형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더라도 병역의무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며 "처벌로 인한 예방적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병역기피는 병역제도의 근간을 허물 수도 있는 문제"라며 "병역기피를 정당화하는 듯한 모습을 가진 대체복무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징병제 하에선 병역의무 이행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2월 양심적 병역거부 등 한국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의 서한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지난 5월엔 종교적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2004년과 2011년 2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04년 합헌 결정 이후로는 6000여명, 그 이전까지 포함하면 총 2만여명이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