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20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의 남부에 위치한 바드르 모스크에서 폭탄 테러로 인한 피해상황을 살피고 있다. AFP=News1>
예멘 분쟁이 더욱 복잡하고 폭력적으로 격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다수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자살폭탄이 터져 최소 142명이 사망하고 351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예멘에서 일어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의 공격 가운데 최악의 참사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사나는 현재 이슬람 시아파 후티군의 점령하에 있다.
테러 현장의 모스크는 검게 탄 다수의 시신들이 흩어져 있고 희생자들의 피로 흥건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부상당한 신자들을 픽업트럭에 태워 병원으로 나르고 있고 다른 생존자들은 희생된 신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첫번째 폭탄은 사나 남부 바드르 모스크 안에서 터졌고 놀란 신자들이 밖으로 대피하는 상황에서 두번째 폭탄이 폭발했다. 후티군이 장악한 사나의 국영통신은 "3번째 자살 폭탄은 북부 알-하수쉬 모스크 안에서, 4번째 폭탄은 모스크 밖에서 터졌다"고 보도했다. 후티군의 TV방송은 현지 병원에서 다수의 헌혈자들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 빙산의 일각
사나 모스크에서 연쇄 폭탄이 터진 이후 IS의 사나 지부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온라인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IS 대원들은 이교도 후티군을 전멸시키고 예멘에서 이란의 계획을 완전히 차단하기 전까지 절대 쉬지 않는다는 것을 후티군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티군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니파 IS는 시아파를 이단으로 취급한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신들은 이번 폭탄 테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알-카에다 지부는 성명에서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셰이크 아이만 자와히리의 명령에 복종한다. 자와히리 지도자는 무고한 무슬림의 삶을 보호하고 모스크와 시장을 타깃으로 공격하지 말라고 지도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후티군은 사나를 점령하면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사임시켰다. 하디 대통령은 이후 한달 동안 가택연금에 있다가 지난달 남부 도시 아덴으로 피신해 후티군에 맞설 군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예멘 북부에 거점을 두고 있는 후티군은 사나를 넘어 남부까지 세력을 확장하려고 시도하면서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병대 뿐 아니라 다수의 수니파 부족, 알-카에다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번 테러에 대해 "잔혹하다"고 규탄하면서도 IS 소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나에서 일어난 테러의 정당성이 전혀 없다면서 "모스크에서 평화롭게 금요 예배를 드리던 예멘 시민들이 까닭없는 테러리리스트 공격을 받았고 우리는 이러한 테러리스트들의 잔혹성을 규탄하다"고 말했다.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현재 이러한 주장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 아덴 교전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지난 2012년 이후 예멘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살레 전 대통령이 후티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며 정계 복귀를 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멘 분쟁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이번 폭탄 테러에 앞서 남부 도시 아덴에서는 하디 대통령의 민병대와 후티군 세력 사이 교전이 격화하면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디 대통령이 아덴으로 피신한 이후 세력을 모으며 수도 탈환을 준비하면서 후티군 지지세력과 잇따라 충돌하고 있다.
19일 아덴 국제공항 인근에서 교전이 일어나 후티군 측에서 7명 하디 대통령 지원군 측에서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양측에서 모두 54명이 다쳤다. 또 하디 대통령이 머물고 있던 사저도 전투기 공격을 받아 하디 대통령은 공격 직후 또 다시 모처로 몸을 피했다.
하디 대통령측의 군인들 수백명이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하면서 후티 반군세력은 일단 공항 북쪽 캠프로 퇴각했다. 20일 오전 교전이 일단 소강되면서 폐쇄됐던 공항은 다시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다.
예멘의 남북 분열과 종파 분쟁은 후티를 공공연히 지지하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수니파 왕정의 사우디 아라비아 사이 대리전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시아파의 핵심인 이란은 후티의 신정부 수립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반면 사우디 등 걸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는 "유엔 안보리는 예멘의 쿠데타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예멘 유혈충돌이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