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역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사진은 김 전 국무총리가 눈물을 흘리자 딸 김예리 씨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위)과 빈소를 찾은 주요 인사들. 아래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2015.2.22/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이명박·이완구·김기춘 등 빈소 찾아 JP 위로
여야 지도부, 원로 정치인 등 정계 인사 조문 이어져
朴대통령은 조화 보내…박근령·박지만 직접 조문
22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박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는 이날 하루 동안 정계 인사 100여명 등 7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김 전 총리는 오전 10시께 빈소에 도착했다. 전날 눈물로 부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던 김 전 총리는 이날 하루종일 조문객들을 맞았다. 오후 9시20분쯤 자택으로 귀가한 김 전 총리는 23일 오전 다시 빈소로 나와 조문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정치권 주요 인사 중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오전 10시20분께 빈소에 온 김 실장은 고인에게 조문한 뒤 김 전 총리와 약 40분 간 대화를 나눴다.
김 전 총리는 위로를 건네는 김 실장에게 "아내가 평생 큰 병을 앓은 일이 없었는데 못된 병에 걸렸지만 아주 편안하게 숨을 거뒀다. 나보다 몇발짝 먼저 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 전 총리는 김 실장에게 "대통령은 다 외롭고 고독한 자리기 때문에 (비서실장을 물러나더라도) 박 대통령을 가끔 찾아뵙고 외롭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총리에 이어 '충청권 맹주'격으로 자리잡은 이완구 국무총리는 오후 2시30분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총리와 이 총리는 과거 자민련에서 정치활동을 함께한 일을 회고하는 환담을 나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3시께 조문하고 김 전 총리를 위로했다.
김 전 총리는 이 전 대통령에게 "5년 대통령 단임제인데 5년 동안 무슨 일을 하느냐"며 "대통령은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인데 별 대과없이 5년을 지낸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을 위로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는 잘하면 국민이 그 열매를 따먹지만 정치인 본인에게는 허업(虛業)"이라며 "정치인은 국민을 호랑이, 맹수처럼 알아야한다"는 조언도 했다.
이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시간차를 두고 각각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총리는 또한 문 대표에게 내각제 소신을 거듭 설파하고, 김 대표에게는 "박 대통령을 잘 도와드리시라"고 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도 이날 오후 늦게 조문하고 김 전 총리에게 조의를 표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는 허업", "여야가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우고 해결해야한다" 등의 당부를 여야 지도부에게 했다.
김 전 총리는 전날 부인이 임종할 때 입맞춤을 하고 64년 전 결혼 당시 선물했던 금반지로 만든 목걸이를 부인의 목에 걸어준 일 등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쳤다.
김 전 총리는 "(부인은) 내 희망이었다. 평생 날 도와줘서 별 대과 없이 국가에 봉사했는데 먼저 갔다"며 "내가 따라갈 것이니 편안히 눈을 감으라고 했다"고 소회했다.
김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 정치 지도자다. 과거 풍운아로 불릴 정도로 굉장히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사셔서 부인께서 내조가 힘드셨을 것"이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문 대표는 "두 분께서 현대사에서 많은 일을 함께 겪으셨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치를) 잘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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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두환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조화가 놓여있다. 2015.2.22/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 박영옥 여사와 사촌지간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직접 빈소에 방문하지는 않고 조화를 보내 위로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여사는 오후에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 함께 조문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은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쌍둥이를 임신한 탓에 혼자 빈소를 방문했다.
김 전 총리는 박 회장에게 "세 쌍둥이를 낳으면 좋겠다"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계시면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박 회장은 김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눈 뒤 저녁 늦게까지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날 새누리당에서는 김 대표, 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이인제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주호영·정우택·김영우·심윤조·박인숙·이재영·유의동 의원 등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 대표, 우 원내대표, 양승조 사무총장, 유인태·김성곤·김영록·서영교 의원 등이 조문했다.
과거 김 전 총리와 자민련 활동을 함께한 심대평 전 충남지사,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오랫동안 빈소를 지켰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김덕룡 국민동행 상임대표,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 등 원로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김 전 총리를 위로했다.
이한동·한승수·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도 이날 조문을 마쳤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정의화 국회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주요 인사들은 조화를 보냈다.
박영옥 여사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꾸준한 재활로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난해부터 척추협착증과 요도암 등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전날 밤 서울순천향대병원에서 별세했다.
김 전 총리는 입원 중인 아내를 극진하게 간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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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부인 박영옥 여사의 별세 전 입원 중 박 여사를 돌봤던 모습. (박준홍 자유민주실천연합 총재 페이스북) 2015.2.22/뉴스1 © News1 |
박 여사는 경북 선산군 출생으로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개로 김 전 총리를 만나 1951년 결혼했다.
박 여사는 '정치 풍운아'라 불리는 김 전 총리를 평생 우직하게 내조했다고 조문객들은 입을 모았다.
유가족은 5일장으로 이날 서울아산병원에 빈소를 차렸다.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6시30분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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