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관 제외하면 모두 정상출근, 오히려 주재국 국경일 기다려지기도
오지 등 한국식품 구하기 힘든 곳 떡국 구경도 못해, 향수·외로움 더해
민족최대의 명절 설날.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부 소속 재외공관 직원들은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 재외공관 직원은 179개 국가 1300여명에 달한다.
올해 설 연휴, 국내에 있으면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의 연휴를 가족 및 친지들과 만나 그동안 다하지 못했던 얘기, 음식을 나눠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겠지만 재외공관 직원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인 듯하다.
우리의 설 명절과 같은 '춘절'이 있는 중국공관 직원들의 경우 18일부터 24일까지 쉬게 되지만 그 외 다른 국가 재외공관의 직원들은 이 기간 정상 출근해야한다.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주어진 국경일 휴일은 3.1절과 8.15광복절, 10월 3일 개천절이 전부다. 설과 더불어 또 하나의 최대 명절인 추석도 그들에게는 남의 나라의 얘기다.
때문에 해외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부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맘때가 되면 재외공관 직원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외로움 또는 무덤덤한 느낌으로 설 명절을 보낸다고 한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179개 재외공관 중 대사나 총영사를 포함해 직원 4~5명이 전부인 곳이 60%에 달한다"며 "명절이라고 기분을 내려고 해봤지만 같은 연배의 동료를 찾기 드물어 어울리기도 힘들고, 설이나 추석이면 무덤덤하게 출근했다가 업무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 혼자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나 총영사가 감각이 있으면 해당 공관에 요리사가 있으니 떡국이라도 끓여 나눠먹곤 하지만 어디 일일이 챙기는 곳이 많겠느냐"며 "더욱이 한국음식을 파는 곳이 없는 오지의 공관근무자들은 떡국은커녕 설인지 명절인지 모르고 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한번 재외공관에 나가면 3년씩 있다 보니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그나마 가족이 함께 현지에서 살고 있지만 오히려 대사나 총영사 같이 나이가 든 사람들은 배우자와 둘이 있거나 혼자서 명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설 명절 보다 회교권에서는 라마단과 같은 해당국가의 휴일이 더 기다려진다"며 "기독교 국가의 경우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가 사실상 설날이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5~6일씩 연휴가 이어질 때면 유명 관광지를 낀 재외공관은 오히려 더 바빠지기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통상 결혼을 많이 하는 봄가을, 여름 성수기 때가 바쁜데 이번처럼 연휴가 길 때면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더 신경써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아침에 출근하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이 설을 맞아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