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올해 수입차 시장 70% 점유…일본차, 올해 점유율 11%대로 하락
수입자동차 '100만대 시대'에 접어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유(디젤)차가 수입자동차업체들의 희비를 갈랐다. 디젤 신차를 앞세운 독일자동차들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반면 신차 기근에 시달렸던 일본자동차들은 매년 후진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1년 63.7%의 시장을 차지했던 독일차들은 2012년 63.9%, 2013년 67.5%로 매년 영토를 확장했다. 올해도 11월까지 독일산 자동차 등록대수는 12만5678대로 전체 수입차 시장의 70.1%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일본차의 영역은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2000년초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차들은 2011년 18%였던 시장점유율이 매년 뒷걸음질치면서 지난해는 14.1%까지 주저앉았다. 올 1~11월까지 시장점유율도 지난해에 비해 더 추락한 11.9%로 하락한 상태다.
국내 시장에서 독일차가 잘 팔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연령층을 고루 흡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진출해 있는 독일차는 BMW를 비롯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 5개 브랜드다. 이 5개 브랜드가 국내 시판하고 있는 차종은 세단과 쿠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슈퍼카 등 100여개에 이른다. 올해 선보인 신차만 약 20종에 달한다. 덕분에 올해 수입차 신규등록 상위권에는 폭스바겐의 콤팩트 SUV '티구안, BMW 중대형 세단 '520d', 폭스바겐 준중형 해치백 '골프' 등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경유차가 독일차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들어 11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경유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5.9% 증가한 12만1806대다. 이는 전체 수입차 시장의 68% 비중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대부분 독일차 브랜드는 경유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독일차 판매량의 80% 이상이 경유차이니, 올해 독일산 경유차는 10만대 이상 팔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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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5시리즈와 뉴 그란투리스모 © News1 | 한 독일차업체 관계자는 "차종이 다양하다보니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직업, 특성 등이 다양하다"며 "세단을 구매하러 왔다가 SUV를 산다거나, 해치백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종이 많다는 것은 고객 유입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차는 올해 국내에 7종만 새로 출시됐다. 올 1~11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6.4% 증가한 2만1347대를 신규 등록하며 수입차 시장의 11.9%를 차지하고 있다. 신규등록 대수는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13.9%)보다 줄어들었다. 일본차의 성장률이 같은기간 수입차 평균 성장률 24.4%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차는 2000년대 초반 렉서스, 인피니티 등 신규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 상륙하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3년에는 수입차 시장점유율 19.4%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미국차(16.3%)를 제쳤다. 2008년에는 35.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일차(42.1%)와 차이를 6.5%포인트까지 좁혔다. 신규 등록대수 순위에서도 2004년 렉서스 ES330이 1위를 차지한 후 2008년까지 6년 연속 렉서스와 혼다가 1위를 번갈아가며 차지했다.
하지만 일본차의 호황은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막을 내렸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2009년 1월 1350원에서 2012년 4월 2050원으로 계속 올랐다. 반면 2008년까지 휘발유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경유는 이듬해부터 휘발유보다 200원 가량 저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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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300h(한국렉서스 제공)© News1 | 독일차 업체들은 휘발유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09년부터 경유차 라인업을 확대했다. 독일산 경유차들은 휘발유 차량보다 연비가 20~30% 가량 높아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반면 일본차 업체들은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차로 고유가 시대에 대응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휘발유차는 높은 유지비, 하이브리드차는 높은 가격 등의 이유로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스트셀링 10위권에서 6종이 일본차였는데 지금은 렉서스 ES300h 달랑 1종만 남아있다.
뒤늦게 일본차 업체들은 판매부진을 만회하려고 경유차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인피니티는 올초 2.2리터 디젤엔진을 얹은 중형세단 'Q50'을 출시하면서 11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166% 성장했다. 닛산은 지난달 콤팩트 디젤 SUV '캐시카이'를 출시하며 연말부터 판매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혼다는 내년 중으로 유럽형 SUV 'CR-V 디젤'을 내놓을 계획이다. 토요타 역시 디젤 라인업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차가 독일차에 비해 경유차 라인업이 부실한 이유에 대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본차들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시장을 겨냥해 연구개발하고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으므로 굳이 큰돈을 들여 디젤차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일본차들이 미국판매에 집중하면서 경유차 개발시기를 놓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휘발유값이 연일 하락하면서 휘발유 차량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고 있어, 일본차업계는 휘발유값 하락에 따른 판매증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 일본차업체 관계자는 "휘발유차, 하이브리드차는 소음이 적고 승차감이 뛰어난 장점이 있고, 디젤차는 높은 연비와 토크라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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