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발표한 지난 10월 30일 서울 잠실의 한 종합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 시세를 알리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2014.10.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임대주택 공급물량' '재원 마련 방안'이 실현 가늠자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최근 무상복지에 대한 재원 마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공급 정책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무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신혼부부 임대정책은 무상복지 논란을 확산시키며 또다시 정치권에 과잉 포퓰리즘 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혼부부 임대주책 공급 정책은 새정치민주연합 경제통인 홍종학 의원이 고안한 정책으로 매년 결혼하는 신혼부부 5만~10만쌍에게 5~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젊은 남녀에게 결혼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출산을 촉진하자는 의미에서 신혼부부 임대주책 공급정책은 나름의 취지가 있다.
다만 재원 마련을 비롯해 정책 실현에 현실성이 있는지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이번 정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임대주택의 공급목표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홍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5.2%로 OECD 국가 평균 1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량은 1만1976호로 신혼부부 25만2000여쌍의 4.7%에 불과했다.
또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신혼부부 전세금 대출도 3만3673건으로 전체 신혼부부의 13.2% 수준에 그쳤다.
이에 반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서구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네덜란드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32%, 오스트리아는 23%, 덴마크 19%, 영국 18%, 스웨덴 18% 등 우리나라 보다 많게는 6배 가량 높았다.
따라서 전세값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을 늘려가는 방안은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임대주택 8만1000호를 공급하는 데 그쳤고 행복주택사업도 올해 사업계획 3만533호 중 승인이 난 곳은 5534호에 그쳤다.
다만 제공 물량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하는 만큼 만들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에 일단 신혼부부에게 3만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10년간 매년 1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공급된 공공임대주택 실적을 보면, 1987년 노태우 정부이후 2012년 이명박 정부까지 25년간 총 232만호로 연평균 9만2800호"라며 "이 점을 감안하면,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목표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여전히 문제다.
일단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두고 무상 논란이 일고 있으나 정확히 표현자하면 무상은 아니다. 국가에서 임대주책을 건설하고 월 30만원 가량의 저렴한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포퓰리즘이라고 몰아 붙이는 배경에는 확실치 않은 재원 대책이 있다.
여당은 "재원대책이 없는 복지는 더 이상 복지가 아니라 재정파탄과 국민 불행의 씨앗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
아파트 한 채당 1억원의 건설비가 들더라도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100만호를 짓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100조원의 돈이 들어갈 것인데 재원대책 조차 밝히지 않는다는 게 새누리당의 공박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재원 대책과 관련해 "정책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맞받았다.
우선 내년 정부 예산에 2432억원을 추가 반영하고 나머지 재원은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하자는 계획이다. 국민주택기금 여유자금(15조6054억원) 가운데 3조원을 활용하면 3만호 임대주택 건설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나름의 일리가 있다. 앞서 국토부도 10·30 부동산 대책을 발표 당시 공공임대주택 1만4000호를 추가로 짓는 재원(2조원)을 주택기금에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대상을 신혼부부로 한정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주거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당도 이점을 파고들고 있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현재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특별공급, 주택자금 지원, 행복주택 등 여러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신혼부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주거지원을 집중하면 기초생활 수급자나 고령자 등 주거지원이 더욱 절박한 사회취약계층과의 형평성에 상당한 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혼부부의 임대주택 기피 현상도 감안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신혼부부들에게 모두 1만4348가구의 임대주택을 우선 배정했지만 겨우 34%인 4792가구만이 청약신청을 했고, 실제 계약 가구는 20.7%인 2980가구에 머물렀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혼부부들이 국민임대주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소득기군을 초과하거나 이미 주택을 소유해 자격요건이 맞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는 게 LH측 분석이다.
이는 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임대주택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홍 의원은 "국민연금의 임대주택 투자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임대주택 재원 마련 기반을 확대하고 연기금은 안정적 투자처를 확보할 윈윈(win-win)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고갈 역시 근본적으로는 저출산이 문제인 만큼 임대주택 투자를 통한 출산율 제고는 장래 안정성에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논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대비한 재원으로 결코 다른 용도에 함부로 쓸 수 없는 돈이라고 반박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