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처지 비관 자살 추정"…고혈압·당뇨합병증 앓아
이웃들 "사회복지사 외 교류 없어…아침마다 기침소리"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다가구주택. 17일 숨진 채로 발견된 기초생활수급자 정모(72)씨의 집 현관문은 폴리스라인이 붙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정씨의 우편함에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통신요금 고지서 한통이 꽂혀 있었다.
한 주택에 사는 이웃들은 정씨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같은 층에 사는 한 이웃은 "두달 전 이사 오던 날 한번 본 이후 그를 보지 못했다"며 "사회복지사 외 정씨의 집에 드나들던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정씨와 교류하고 지내진 않았다"며 "아침마다 기침소리가 들리긴 했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이웃 역시 "정씨를 직접 본 적은 없다"며 "그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가까운 슈퍼마켓 주인은 "얼굴을 보면 모를까 숨진 분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신당동의 다가구주택 2층에 살던 정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공익근무요원 신모(21)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최초 신고자 신씨는 평소 일주일에 다섯차례 정씨의 집을 방문해 평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 고혈압, 당뇨합병증 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왔으며 현장에서는 입고 있던 내복을 위로 걷고 자신의 복부를 한차례 찌른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정씨의 몸에 주저하며 흉기를 사용한 흔적이 일부 남아 있었으며 살짝 찔려 긁힌 정도라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지역 주민센터에서 정씨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초본 등을 발급받아 확인한 결과, 부모와 형제 등 정씨의 가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난주에 쌀도 직접 가져다 드리고 여러 번 전화통화를 했다"며 "갑자기 돌아가셔서 직원들도 당황스럽고 복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었으며 폐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씨는 평소 자신을 담당하던 사회복지사에게 "다리를 자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크게 다리 통증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회복지사는 현재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현장에서 유서나 기타 가족관계를 특정할 만한 서류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의 침입은 없었고 정씨가 평소 자신의 처지에 힘들어하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인 조사를 위해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부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최초 신고자인 신씨를 상대로 조사를 마쳤으며 18일 오전 중 정씨 담당 사회복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