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중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2014.10.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27일 일본군 위안부와 일본내 극우 인사들의 혐한 시위(헤이트 스피치) 문제 해결에 일본 정치권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일본 순방 둘째 날인 이날 오전 정 의장은 도쿄 일본 중의회에서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중의원 의장과 면담을 갖고 "일본 내에서 반한시위나 헤이트 스피치가 계속되는 것은 양국 우호관계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며 "이부키 의장이 일본 정치의 큰 어른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헤이트 스피치 문제 등 현안 해결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지혜와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난 2년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양국관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문제도 만나지 않고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양국의 입법부 수장이 만나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내년이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게 되는데 두 나라와 양국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 의회지도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면서 "한일 간의 과거를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난주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의 공동성명처럼 고노 담화·무라야마 담화·칸 나오토 담화 등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한일 간의 어두운 역사의 짐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서는 안된다"며 "생존하고 계신 54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지금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더 무거운 역사의 짐이 된다. 이제는 깨끗이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일본 정치권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부키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각국의 정상이 국민을 자극하면 불행해진다"며 "언론이 다양한 소식을 전하지만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 정상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부키 의장의 이같은 언급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과 최근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된 일본 아사히 신문의 '위안부 오보'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이부키 의장은 이와 관련, 이날 비공개 면담에서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정 의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의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하고 법무부 등 관계 당국에 일본 측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이부키 의장과의 면담 자리에는 전직 일한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도 참석했다.
모리 전 총리는 "지난 인천아시안게임때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는데 당시 신문에 보도된 윤병세 외교장관과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만나 활짝 웃는 사진이 실렸다"며 "이 사진이 대통령님과 아베 총리가 만나는 장면이었으면 양국 국민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일중인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이 27일 오후 일본 도쿄 국회 참의원 본회의장에서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정의화 의장, 야마자키 의장, 아랫줄 왼쪽부터 신의진, 심윤조, 김태환, 심상정, 문정림 의원. 2014.10.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 이날 오후 정 의장과 면담한 야마자키 마사키(山崎正昭) 참의원 의장 역시 "일본과 한국은 이웃 나라로 긴 역사가 있다. 그러나 최근 양국은 정상간 직접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양국이 대승적 관점에서 지금까지 쌓아 온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국민의 소원"이라고 한일 정상간 회담 추진을 주문했다.
정 의장은 이날 일본 의회 방문에 아베 총리와도 면담을 갖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정 의장은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총리가 지난 3월 참의원에서 '고노 담화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 역사인식에 있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총리의 결단과 지도력으로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 54분의 한을 풀어줄 수 있도록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아베 총리 역시 "필설로 다할 수 없는 힘든 고통을 겪은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고노담화를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 역대 내각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아베 총리는 "지난번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는 50여명의 정상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나 인사할 기회가 없었다"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공동체), EAS(동아시아정상회의), G20(20개국) 정상회의에서 회담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박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 의장은 이날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등 전직 일본 주요 인사과 연이어 만나서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밤 이부키 중의원 의장 주최 환영 만찬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순방 기간 주요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부키 의장의 공식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순방에는 김태환 한일의원연맹 회장대행(새누리당)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심윤조 한일의원연맹 상임간사(새누리당), 문정림·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김성동 의장비서실장, 최형두 국회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정 의장은 순방 일정을 마치고 28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