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수상이 유력시됐던 국제극영화상뿐만 아니라 거장들의 쟁쟁한 경쟁작들을 뚫고 각본상, 감독상, 그리고 최고상에 해당되는 작품상을 수상, 총 4관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토다.
봉 감독은 먼저 수상 소감에 대해 "실감이 잘 안 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황스러우면서도 팀원들 다 왔는데 마지막에 다 함께 무대 올라가서 마무리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게 마무리되는구나 싶다"고 털어놨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할 당시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해 뜨거운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긴 말이 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신 분이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감독상 받으러 올라갔을 스코세이지 감독님과 딱 눈이 마주쳤다"며 "제가 좌석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들의 위치를 몰랐는데 동료 후보 감독들과 순식간에 딱 눈이 마주쳤다. 사실 스코세이지 감독님은 워낙 존경했다. 영화 배울 때도 작품을 반복해서 많이 봤다. 그분과 함께 노미네이트된 것 자체가 흥분 됐는데 그분을 저쪽에 먼발치 의자에 앉혀놓고 상 받는 게 비현실적이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씀은 제가 밑줄을 쳐놨었다.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뵐 수 있어서 기뻤다"고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아침까지 밤새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고 영어로 재치 있게 말해 화제가 된 데 대해서도 "네 번째 올라가니까 민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술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상 소감이 하다하다 할 말이 없어서 술 얘기까지 하게 됐다"며 "어쨌든 이제 정말 끝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칸부터 (지난해 8월 말에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는데 거의 다섯달 반, 촬영 기간보다 더 긴 캠페인 기간을 가졌다. 이제 정말 끝이 났다. 좋게 끝났으니까 더 기쁘고 자연스럽게 술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에 술은 잘 못 마신다"고 전했다.
최근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당시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했던 소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찬찬히 돌이켜보면 때늦은 발언이더라"고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이미 장벽이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기생충이 이미 북미 극장가에서 관객들이 많은 호응을 해줬다. 요즘 유튜브나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벽 많이 허물어져서 서로가 연결된 세상이지 않나"라고 전했다. 또한 "이런 좋은 일(아카데미 수상)이 있음으로 해서 더욱 장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다. 그 시점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겠다 싶다"고 전망했다.
특히 봉 감독은 과거 아카데미 시상식이 로컬 영화제라고 했던 부분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선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간접적으로 말한 것 같다"며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극영화상으로 제목이 바뀌었고, 바뀐 이후 '기생충'이 이 상을 처음 받은 영화"라고 답했다. 이어 "인터내셔널은 로컬의 반대말로 생각했을 때 인터내셔널이라는 새로운 명칭이 상징하는 바가 있고 오스카가 앞으로 갈 방향이라고도 생각해서 그 방향을 지지한다. 물론 현재로선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도 노력하고 있고 노력과 방향에 맞게 공헌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다 좋은 상황이 아니었나 한다. 그게 로컬이라는 발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총 네 작품을 함께해 오며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송강호의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앞서 조여정이 "한국시간으로 오늘이 생일"이라고 하자 "저는 내일이 생일"이라고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이어 "제가 음력으로 생일인데 양력으로 세는 바람에 생일을 안 챙겨줄 것 같아서 얘기 안 하려다 했다가 하게 됐다"며 "이렇게 멀리 와주시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다. 배우들 대표해서 감사 인사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마음은 한번도 얘기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 모든 것이 시상식 때도 마찬가지고 지난해 칸 영화제부터 (지난해) 8월 캠페인 시작할 때 거치면서 지금까지 관심을 한 번도 거두지 않으시고 끝없이 성원해주셨다. 오스카 시상식 때도 많은 배우들을 응원해주시고 성원 보내주셨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영화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아카데미 수상까지 어떻게 함께해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떻게 보면 봉준호의 20년 리얼리즘의 진화를 목격하면서 20년의 세월을 지나온 것 같다"며 "그래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의 봉준호의 리얼리즘의 어떤 일종의 완성의 지점에 와있다는 생각을 감히 했다"고 털어놨다.
또 송강호는 "칸에 가기 전에 그때 그런 말을 했었다"며 "그래서 배우를 떠나 팬으로서, '살인의 추억'부터 쭉 거쳐오는 봉준호 감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 시대에 대한 탐구, 삶에 대한 성찰, 이런 것들이 발전하고 깊이를 더해가는 모습을 느끼면서 감동을 받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음에 다시 함께하면 다섯 번째인데 확신 못하겠다"며 "너무 힘들어가지고. 계단도 너무 나오고 비 맞아야 하고, 날 반지하로 보내고. 다음에는 박사장 역을 하면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조여정은 "제가 한국시간으로 생일이었는데 정말 배우로서는 최고의 생일이 아니었나 한다"고 벅찬 소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렇게 훌륭한 시상식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최고의 생일인데 뒤로 갈수록 호명이 되니까 처음에는 몰래카메라처럼 믿어지지 않았다"며 "차에서 이렇게 오면서 너무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고 생각했고, 한국에 돌아가면 각자의 자리에서 흩어져서 열심히 할 생각을 하니까 울컥하더라. 오늘 즐겁게 보내겠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당일 도착한 최우식은 "극 중 기우 대사 중에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대사가 있다"고 언급하며 "계획하지 못했던 큰일을 이뤄서 너무 행복하다. 제작보고회 때 분량에 대해 말을 잘못해서 놀림 받던 게 엊그제 같다"며 "오랜 시간 감독님하고 아버지(송강호)가 프로모션으로 고생 많으셨는데 감사드린다. 앞으로 평생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소담은 "손에 땀도 많이 나고 긴장도 되고 저희가 이렇게 다같이 오늘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이 설레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정말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오늘 밤에도 또 열심히 한 번 많은 기사들과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찾아보며 온몸으로 느껴봐야 할 것 같다. 잠 못 이루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봉 감독은 작품상을 탄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외국영화가 각본상은 몇 번 있었는데 작품상은 최초라고 하죠? 왜 그랬을까요?"라고 되물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할 시간을 저희도, 여러분도 아무도 없는 거다. 시간을 갖고 짚어봐야겠다"며 "지금 영화가 개봉 중이다. 리뷰가 나오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상을 받은 건 팩트니까 기쁨 자체만을 일단 생각하고 싶다. 오히려 프랑스나 일본 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라고 고백했다.
또한 봉 감독은 '기생충'의 수상을 두고 "CJ와는 '살인의 추억' '마더' 등에 이어 네번째 작품을 함께하고 있는데, 미국 배급사 네온과 CJ가 두개의 바퀴가 맞아 굴러가듯 호흡을 맞추며 캠페인 진행에 있어 힘을 합쳐서 잘 해왔다. 후보 올랐던 다른 영화들을 어떻게 보면 빅 스튜디오 영화다. 모든 면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규모도 작고, 뒤쳐지는 상황이지만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발로 뛰어서 마음을 한데 모아 했다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한편 1929년부터 시작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로도 불리는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이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상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