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이 유튜브 삼매경에 대화 '뚝'…반응 엇갈려
# 30대 직장인 A씨는 요 몇 년 사이 명절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 그 대신 제각기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유튜브를 보기 일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놀아달라며 보채던 조카들도 스마트폰에 머리를 박은 채 말 한 마디 없이 조용하다. A씨는 어느새 바뀌어 버린 가족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어쩐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동영상 공룡' 유튜브가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유튜브가 널리 보급되면서 '대화 없는 명절'이 낯설지 않게 된 것.
26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유튜브의 국내 사용자는 3368만명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동영상 앱으로 꼽혔다. 사용시간은 지난 2018년 12월 355억분에서 지난달 489억분으로 1년 사이에 35% 이상 늘었다.유튜브는 전통 미디어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세대별 맞춤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50대 이상 부모 세대에서는 시사 유튜버의 인기가 높다. 10대와 20대는 게임·뷰티·케이팝(K-POP) 방송이 인기다.조카뻘 되는 어린이들도 아동용 앱인 '유튜브 키즈' 삼매경이다. 유튜브 키즈를 보기 시작하면 옆에서 불러도 모를 정도로 빠져든다. 부모인 B씨는 "아이들이 유튜브에 빠지는 게 걱정은 되지만 잠시라도 주의를 모을 수 있는 '특효약'이기에 보는 걸 막기 어렵다"고 털어놨다.유튜브가 바꿔놓은 설 풍경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먼저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오히려 명절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20대 직장인 C씨는 "각자 방에서 유튜브를 보니 명절마다 쏟아지던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어져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가족 간 대화의 단절이 '설튜브'(설+유튜브)의 결과가 아닌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세대 간 거리감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가족끼리 대화를 하기 어색해 유튜브를 보는 측면도 있다"며 "현재는 개인 미디어 시대로 사람마다 관심사가 달라 서로 소통할 길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짚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