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일에만 1100명 체포돼…경찰 '무관용 원칙'
일부 강경파는 활·라이터 들고 "경찰과 함께 불타겠다"
홍콩 이공대 학생 시위대가 경찰에 봉쇄된 지 닷새 째인 21일 시위는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전날 밤부터 홍콩의 거리는 조용했다. 경찰의 실탄 발사로 중상자가 나온 이후 10일 만이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은 지체만 있었을 뿐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다만 출근시간을 살짝 피해간 오전 8~10시 검은 마스크를 한 시위대 일부가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쳐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휴교령도 해제돼 학교마다 정상적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낮 12시30분엔 센트럴 등 홍콩 18개구 전역에서 '점심 같이 먹기'(lunch with you) 시위가 열렸다. 평화 집회 성격을 띤 이 집회는 지난 11일 시위가 격화된 이후 매일 열리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시대 혁명'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친 후 1시간 만에 돌아가 경찰과 시위대가 큰 충돌을 빚지는 않았다. 이날 진보지 빈과일보 1면엔 탈출을 시도하던 이공대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권총을 겨누는 모습이 실렸다.그런데 광둥어 매체 중 구독자수가 가장 많은 빈과일보는 이날 아침 6시반에 가도 찾을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새벽 3~4시쯤 신문이 들어오는데 미리 주문하는 사람이 많아 가판대에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홍콩 시내가 얼핏 안정을 찾은 듯 하지만, 학생 시위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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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시위 참여 학생들이 탈출에 실패한 후 경찰과 함께 나서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학교 안에는 현재 수십명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 정부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한 18세 이상은 전날 저녁까지 응급차에 실려나가거나 투항했다. 다만 활과 쇠파이프로 들고 저항하고 있는 약 10명의 강성 시위세력 '용무파'(勇武派)는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 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위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시위대가 점거 중인 학생식당에 모여 있던 용무파 중 한 18세 청년은 '경찰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난 지금 매우 행복하다"라고 했고, 가슴에 온통 라이터를 단 한 16세 시위대는 "화염병 담당이라 시위 내내 라이터 수십개를 들고 다녔다"며 "경찰과 함께 불타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날 아침 9시반쯤 학교 정문 바로 옆 중국 인민해방군 부대 안에선 시위 진압 훈련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유혈 진압에 대한 우려는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 강경파인 신임 경찰 총수는 전날 취임 후 첫 조치로 200명 이상을 폭동죄로 기소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피로와 패배감에 휩싸인 시위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공대에선 19~20일에만 무려 1100명이 체포됐다. 이날 교내에서 뉴스1 취재진과 만난 한 10대 시위 참가자는 '중국군이 시위 진압 훈련 중인데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미 중국군이 훈련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아마 우리를 진압해도 경찰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경찰이 이미 우리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는데 굳이 중국군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기자들을 향한 홍콩 경찰의 위압적인 태도도 계속되고 있다. 전날 밤엔 이공대 탈출자를 따라가 영상을 찍던 AFP통신 기자가 30분간 경찰에 억류됐고, 교내에 있는 최루탄 잔해와 스폰지 총탄을 반출하려다 경찰에 잡힌 한 현지 매체 기자가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저녁 7시에는 위안랑 백색테러 4개월을 맞아 홍콩 외곽 위안랑 전철역 요호 쇼핑몰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위안랑 백색테러는 지난 8월21일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100여 명의 남성들이 쇠막대기와 각목으로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해 45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 지역은 중국 국경에 가깝기도 하고 또 삼합회(홍콩의 조폭) 지부가 있다는 설이 있어 치안이 불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