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앱 통한 인터넷전화 과세 발표에 '격분'
곳곳서 유혈 충돌…정부, 과세 계획 일단 철회
중동 국가 레바논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왓츠앱·페이스타임 등 메시지앱 이용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격분한 시민 수백명이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부 퇴진을 요구하자 정부는 결국 해당 과세 계획을 철회했다.
1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해 남부 시돈과 북부 트리폴리, 베카 계곡 지역 등지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정부 퇴진을 요구했다.
베이루트에서는 시위대가 불을 붙인 타이어를 도로에 놓아 공항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내무부 청사 인근 건물들을 습격했다. 한 시위대는 지역 TV방송국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들을 선출했으니 우리가 그들을 권력에서 내쫓을 것"이라고 말했다.치안 부대는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곳곳에서 격렬한 충돌이 이어지면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자말 알자라 정보부 장관은 페이스북이 소유한 왓츠앱과 페이스북전화, 페이스타임 등 인터넷전화(VolP)를 사용하는 앱을 통해 전화를 할 때 하루 20센트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드 알하리리 총리는 이 조치로 매년 2억달러(약 2400억원) 상당 국고수입이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정권 퇴진 시위까지 일어나며 국민 반발이 심하자 결국 정부는 메시지앱에 대한 과세 결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라야 알하선 내무장관은 "이 정부가 무너지면 그 다음 정부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총리가 18일 연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레바논 디지털권리단체 SMEX는 "레바논은 이미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모바일 요금제를 갖고 있다"며 "최근 과세 조치는 이용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두 번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레바논 정부는 지난 16일 담뱃세 인상을 발표했고 이어 부가가치세(VAT)를 2021년까지 2%포인트(p) 올리고, 2022년에 추가로 2%p 인상해 15%까지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의 추가 세금인상이 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이 같은 조치는 레바논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0%를 넘으면서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채권의 80%는 레바논의 중앙은행과 지역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저성장과 인프라 붕괴, 자본 유입 둔화로 금융시스템 정체 현상이 일어나면서 정부는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랍의 봄' 이후 수년 간 지속된 정치적 불안정과 이웃국가 시리아 내전의 영향으로 레바논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지난 7월 레바논 의회는 급증하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예산을 통과시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