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맥킨지 "아직 유아기 기술…非금융에서 빛 발할 것"
이제 블록체인을 못 들어봤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다. '세 사람만 모이면 비트코인 얘기를 한다'는 말이 나오게 했던 재작년말의 암호화폐 광풍 이래 블록체인은 대중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체감한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암호화폐·블록체인은 실체없는 사기'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에 내심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다. 블록체인의 명성과 실제 사이에 극심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맥킨지에서 발간한 블록체인에 관한 보고서가 블록체인의 이같은 현실을 잘 진단하고 있다. 맥킨지는 금융권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비(非) 금융권에서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록체인, 게임체인저 되려면 아직 멀었다"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블록체인의 오컴 문제(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은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오컴의 면도날은 복잡한 문제에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해법이 정답일 가능성이 크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아직은 블록체인이 정부·기업·개인의 삶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해줄 정도로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지금까지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실질적이고 다양한 블록체인의 활용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약속했던 만큼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을 블록체인 버블이 꺼진 해로 본다는 이 교수는 "닷컴 버블 때도 버블이 꺼지고 투자가 위축됐지만 끊임없는 시도 끝에 성공사례를 만들어내 안착에 성공했다"며 "실질적인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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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홈페이지갈무리) © News1 |
◇"블록체인, 아직 유아기 기술…'혁신가의 딜레마' 때문"맥킨지는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오지 못한 이유를 '제품수명주기론'에 근거해 블록체인이 아직 '유아기의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품수명주기론은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도 생명처럼 수명이 있다는 경영학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새로운 상품은 시장에서 개척기(pioneering), 성장기(growth), 성숙기(maturity), 쇠퇴기(decline)의 과정을 겪게 된다. 1단계인 개척기에는 일반적으로 상품의 인지도가 낮아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상품은 아직 개척기에 있는데, 초장에 너무 뜨거운 관심이 쏟아진 탓에 시장의 인식은 이미 1단계를 아득히 추월해버린 것이다.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상품이 개척기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맥킨지는 '혁신가의 딜레마'로 풀이했다. 혁신가의 딜레마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내지 못해 후발주자의 기술에 시장 지배력을 빼앗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기술개발은 금융권에서 주도해왔다. 핀테크 서비스에 안전성을 더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더 빠르고, 쉽고, 저렴한 블록체인이 기존 결제수단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금융이 블록체인 전부 아냐…적용분야 무궁무진"블록체인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금융산업이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공급망 관리(SCM)·계정관리(IM)·공공기록물관리 분야 등을 예시하며 "최근 금융권을 벗어난 블록체인 활용사례에 긍정적인 발전이 있다"며 "결국에는 금융서비스보다 이런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빛을 발할 것"이라 내다봤다.암호화폐 광풍에 이은 폭락을 겪은 국내에선 그 반작용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임명수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부회장은 "암호화폐만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부각되다보니 블록체인 기술 전체를 백안시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회장은 "노드에 들어가는 대가로 코인을 지급하는 것이 블록체인 운영방식이기 때문에 블록체인과 금융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의료·부동산·온라인 투표 등 금융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