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출신 50대 차분하게 대응
사망 여성은 웰스파고 부사장…사고 원인은 ‘금속피로’
17일 3만
피트에 달하는 상공에서 비행도중 엔진 폭발로 동체에 구멍이 난 여객기를 몰고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데 성공한 미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여성조종사의 담력이 탑승객의
생명을 구해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인 여성 조종사는 미군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가운데 한 명으로 인정받는 태미 조 슐츠(56ㆍ사진)이다.
슐츠는 전날인 17일 오전 11시 뉴욕 라가디아 공항에서 승객 143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한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 보잉 737기가
이륙 20분 만에 왼쪽 날개 엔진 폭발로 기내 기압이 급강하하는 등 추락 위기를 맞자 곧바로 기수를
인근 필라델피아 공항으로 돌려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기내는 승객들 눈앞으로 산소마스크가 떨어지고 깨진 창문으로 승객이 빨려 나갈 것 같은 위기 상황이 되면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슐츠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대다수 승객이 무사히 착륙하게 하는 담력을 발휘했다.
여성 탑승객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지만, 대형 참사는 모면한
것이다.
이날 사고로 민간 상업은행인 웰스파코 지역사회관계담당 부사장인 제니퍼 리어든(43)이 창문으로 빨려 나가려다 구조됐지만 이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비상착륙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명이 가벼운 경상을 입었다.
슐츠 조종사는 엔진이 폭발한 뒤 관제탑 교신에서 “기체
일부가 소실됐다.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활주로에 도달하면
응급의료진을 보내줄 수 있느냐. 탑승자 중 부상자가 있다”고
침착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슐츠는 비상착륙 직후 조종석에서 기내로 나와 복도를 지나면서 승객들의 안전을 챙겼다고 승객들이 전했다.
탑승객 페기 필립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엔진이 날아가고 기체가 떨어지는
데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는 건 내겐 기적과도 같다. 그녀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슐츠는 1983년 캔자스주 미드아메리카 네이저런대학을 나와
미군에 지원한 여성조종사다.
당시 공군에는 여성조종사에 대한 편견이 많아 입대를 거부당하고 대신 해군으로 들어가 FA-18 호넷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가 됐다. 그는 FA-18 호넷에 탑승한 첫 여성 조종사들 중 한 명이다.
전역 이전 교관으로 복무하면서 소령까지 진급한 그녀는 해군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으며 남편도 지금은
전역 후 같은 사우스웨스트항공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미군 내 여성조종사의 비율은 4%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이 ‘금속피로’(metal fatigue) 때문으로 파악됐다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18일 밝혔다.
NTSB의 로버트 섬월트 회장은 “엔진의 팬 블레이드(날) 하나가
분리됐고 사라졌다”며 “블레이드가 중심에 있어야 할 자리에서
분리된 거로 봐서 ‘금속피로’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속피로란 고속 회전하는 기계장치 등에서 금속이 지속적인 진동에 의해 물러지면서 균열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NTSB는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엔진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에는 최장 15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