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날 기념사서 "강도 높은 자기혁신,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 높여"
자치경찰제 등에 대한 불만 달래기 관측…'검찰' 단 한마디도 언급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75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연설에서 경찰의 자체적인 개혁 노력에 대해 치하했다.
이는 경찰개혁에 대해 독려하는 동시에 최근 경찰 내부에서 제기되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검찰'이라는 단어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의 개혁 노력에 대해 치켜세우면서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 여권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업무 특성상 극한직업이라는 말까지 듣지만, 우리 경찰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컸던 지난 개천절 및 한글날 등 공휴일에 일부 보수단체가 대규모집회를 예고한 데 대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위법한 집단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했다"며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며 코로나 재확산을 방지해 낸 경찰의 노고를 높이 치하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존중과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경찰은 올 한해, 스스로를 개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강도 높은 자기혁신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여주고 있다" 등 경찰의 자체적인 개혁 노력에 대해 거듭 평가했다.
경찰에 대한 문 대통령의 '특급 칭찬'은 국가수사본부 출범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의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데 대한 경찰 일각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찰 내에선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대통령령을 두고 검찰개혁을 후퇴시켰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자치경찰제가 국가경찰(경찰청)과 자치경찰(지방자치단체)의 소속을 달리하는 이원화가 아닌 국가경찰직을 유지하는 일원화 모델로 방향을 잡자, 시도에서 하던 지역 주민 보호 자치 사무를 경찰이 떠안게 돼 업무의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국가수사본부 출범과 관련해선 "수사경찰을 행정경찰과 분리해 수사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 강화하면서 '책임 수사'와 '민주적 통제'를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개혁입법으로 경찰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당한 책임경찰'로서 공정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책임수사 체계를 확립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 협력해 주신다면 자치경찰제도 머지않아 실시될 것"이라면서 "자치분권 확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주민의 생활치안을 강화하는 길이지만, 75년을 이어온 경찰조직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며 "국민과 현장 경찰관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지고, 실제 운영에서 혼란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변화와 도약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인 수용과 철저한 준비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 국가안보 분야에서도 경찰의 어깨가 무거워진다"며 "안보 수사역량을 키우고 대테러 치안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데도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이날 경찰의 개혁노력에 힘을 실어준 것은 청와대 등 여권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검찰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청와대가 전날(20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 수사 및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비위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을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추 장관에게 힘을 실었던 상황과 대비돼서다.
청와대가 추 장관과 윤 총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힘을 실어준 것은 양측간 갈등을 조기에 정리한 측면도 있지만, '성역 없는 수사'를 부각시키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한층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