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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23 14:13
양지로 나온지 5년…주류 연극계 겉도는 '성인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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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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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협회 "진지한 성찰 없는 성인연극 인정 못해"
극단 "성인연극이란 이유만으로 핍박…홍보도 못해"
여전히 보수적인 여론 때문일까. 성인연극의 수준이 오르지 못했기 때문일까.
지난 2009년 '교수와 여제자'를 시작으로 정통 성인연극을 표방하는 '19금 연극'이 국내 연극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성인연극은 일회성 이벤트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제작에 나선 환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년간 작품 10개를 제작하며 성인연극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성인연극은 다른 연극에 비해 2~3배 비싼 표값에도 매 공연마다 흑자 매출을 일궈냈다.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연극의 특성상 성인연극의 잇단 흥행은 의미있는 것이었다.
성인연극 초창기 논란이 됐던 선정성 문제는 이제는 희미해졌다.
5년전만 해도 전라의 배우와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등이 논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배우의 노출수위나 묘사 정도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관객의 인식도 변했다. 5년 전만 해도 30대 이상의 남성관객이 대다수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여성관객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커플이 함께 연극을 보는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자친구와 함께 '개인교수2'를 보러왔다는 김모(32)씨는 "원래 연극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성인연극도 재미있지 않을까해서 왔다"며 "여자친구랑 오는 게 꺼려지지는 않았다. 둘 다 성인인데 상관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성인연극이 음지에서 양지로 발을 디딘지 5년. 이처럼 관객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성인연극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중이고 흑자 매출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한 가지는 연극계 내부에서의 위상이다.
주류 연극계에서는 여전히 성인연극을 한식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극단 측은 성인연극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대학로에서 만난 환엔터테인먼트의 성시환 대표는 "성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성은 은밀하게 관람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 대표는 5년째 대학로에서 성인연극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대학로에 홍보 포스터 하나 제대로 붙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협회 쪽에서 주류로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리 야해도 메시지나 내용이 없다면 관객이 떠난다"며 "하지만 지난 5년 간 꾸준히 관객층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우리 연극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설명해준다"고 덧붙였다.
반면 협회 측의 주장은 다르다. 성인연극에 아무리 관객이 많다고 해도 연극에 대한 성찰과 진지한 접근이 없다면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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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카소 소극장 2관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4.12.2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임선빈 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은 "성인연극이라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하지만 연극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양측은 포스터 부착을 두고도 비슷한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로에서 공식적으로 홍보가 허락된 게시판은 60여곳. 모두 협회 측에서 관리한다.
협회 측은 "포스터 부착은 협회에 가입된 297개 단체 중 매달 추첨을 통해 게시 여부를 정한다. 일단 가입이 돼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협회 가입조건 중 하나가 순수연극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했다면 순수연극에 대한 투자도 가능할 텐데 극단 측은 이런 노력을 전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 측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순수연극을 제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홍보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알력행사, 검열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매달 포스터를 부착하게 해달라고 신청하지만 매번 거절당한다. 포스터의 선정성 등이 문제된다면 모두 빼고 제목만 넣겠다고 했는데도 거절당했다"며 "사실상 검열 아닌가. 관객들이 찾는 연극을 왜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검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는 애초에 정통 성인연극을 제작하는 것을 표방한 극단"이라며 "알려진 것 만큼 엄청난 수익을 낸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순수연극 등 다른 곳에 눈을 돌릴 만한 여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1년에 작품 4개를 만든다고 하면 그 중 1~2개는 상업적인 코드를 갖고 순수연극을 만들 수도 있다"며 "하지만 1년에 작품 1~2개만 만들면서 1년 내내 같은 작품으로 1일 수회 공연을 한다든지, 의미 없는 시리즈물로 하는 재탕을 좋은 시선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성인연극은 지난 5년 간 극단 등의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양지로 발을 내딛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주류 연극계로부터 인정을 받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반대로 협회의 지적도 일리는 있다. '성'이라는 소재 자체가 어느 정도 흥행을 담보하는데다 연극내용의 질적인 측면에서 발전이 부족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회와 극단의 첨예한 대립. 과연 성인연극 포스터가 대학로에 '합법적'으로 붙는 날은 올까.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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