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파문과 직원 성추행 의혹을 사고 있는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4.11.4/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대표 공백 1년만에 정 감독 설득으로 영입
막말 논란의 주인공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는 2012년 2월 전임인 김주호 대표가 임기만료된 후 1년이 지나서야 후임자로 확정됐다.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후임 대표 인선을 놓고 의견 차가 컸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참신한 여성 공연전문가를 원했지만 정 감독은 시향의 살림을 도맡을 전문경영인을 선호하면서 두 사람이 모두 동의하는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
외국 체류 기간이 긴 정 감독의 특성상 논의도 끊기기 일쑤라 1년의 공백기간에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이 서울시향 대표 업무를 대신했다.
여기서 등장한 '최후의 카드'가 박현정 대표였다. 박 시장·정 감독과 박 대표는 일면식도 없었다. 하지만 정 감독이 박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17년간 일한 삼성을 떠나 '여성리더십연구원'을 세웠던 박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예술문외한'이라는 이유로 주저하다 정 감독과 만난 이후 마음을 먹고 대표직을 수락했다.
'삼고초려' 끝에 시향에 입성한 박 대표는 체계적인 내부 시스템을 도입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서울시향은 물론 서울시 산하 문화예술기관은 대부분 동질성이 강한 예술인들끼리 조직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경영마인드가 있는 박 대표는 시향의 내부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할 적임자로 보였다. 서울시향의 협찬후원금 확보 현황을 보면, 2013년 19억원에서 올해는 23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처음엔 정명훈 감독과의 관계도 원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예술 분야는 생소해 두려움이 있었는데 정명훈 감독의 예술혼과 열정에 감동을 느꼈다. 이런 분을 도와드리는 일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박 대표는 정 감독이 배후에 있는 조직적인 음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향 사정에 밝은 한 서울시의원은 "서울시향에서 정명훈 감독의 위치는 매우 절대적이다. 감독이 '갑'이고 대표가 '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문화에 익숙한 정 감독과 직원들, 이를 손보려는 박 대표의 관계가 좋을 수 없었고 박 대표의 불같은 성격과 말씨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정명훈 감독과 박현정 대표의 대립 구도로 보는 것에 신중한 분석도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금 사실 정명훈 감독은 한마디도 안하고 있지 않나. 모두 박 대표의 주장일 뿐이라 단정짓기 어렵다"며 "감사원과 서울시 감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대표의 거취 결정과 정명훈 감독의 재계약 여부, 내년 출범 10주년을 앞둔 시향은 앞으로 몇달 동안 기로에 설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