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 News1 2014.12.04/뉴스1 © News1>
朴대통령, 적극적 '소통'나서고 靑운영에 견제·균형 효율적 배분했더라면
靑소통부재, 향후 수습에 국민신뢰 확보에 걸림돌..조기 레임덕 가능성 우려
전문가, "건전한 비선은 직언할 수 있어야..충성만으론 위험"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정윤회씨 동향에 관한 청와대 보고서를 둘러싼 파문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에 일부 원인이 있으며 향후 수습과정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며 청와대 조직운영에 견제와 균형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했더라면, 특정 인맥간 갈등으로 인한 '국정혼란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청와대의 '소통 부재'가 향후 수습과 관련해 국민적 신뢰를 얻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검찰이 보고서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만큼 "이를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고서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이란 청와대 측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의 여론은 '정씨가 그동안 청와대 비서관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이번 보고서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검찰 수사 이후에도 그 파장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앞서 종합편성채널 jTBC가 여론조사 전문 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3일 실시한 조사 결과(전국 1000명·유선전화·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번에 논란이 된 보고서 내용 등 정씨의 비선 실세 논란과 관련해 '국정농단 사건으로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62.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선 조직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란 이유에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응답은 19.2%, '잘 모르겠다'는 18.1%였다.
물론 이제 막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인데다, 보고서 내용에 등장하거나 그 작성 과정 등에 관여한 인물들이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씨가 비선 실세란 주장을 '사실'로 가정한 이번 조사상의 응답률은 추후 수사 추이 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권 내 비선 활동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우려감은 이번 조사 결과에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정씨의 비선 의혹을 규명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특검과 국정조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53.4%로 '검찰 조사로 충분하다'는 답변(33.2%)보다 20%p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과거에도 특검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면 45%~50% 초반대 정도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검찰이 과연 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에 특검이나 국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국민이 안 믿어준다면 그게 바로 레임덕"이라면서 "지금 청와대는 대통령의 통치권 차원에서도 잘못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관이 의혹의 대상이라면 그 진위와 관계없이 옷을 벗고 수사에 임하는 게 당당하고,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박 소장의 지적이다.
나아가 이종훈 iGM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청와대 밖으로 나와선 안 되는 이런 문건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내부에서의 암투와 조기 레임덕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검찰 수사에 앞서 지난 1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논란이 된 문건 내용은 "근거 없는 얘기"로 취급한 반면, 그 유출에 대해서만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자기 사람 말만 믿는' 듯한 박 대통령의 태도가 기존의 '불통(不通) 리더십' 비판과 맞물려 여권 내 비선 논란을 더 부추기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도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시스템에 대한 지적은 그동안에도 여러 번 나오지 않았었냐"면서 "그런데도 단순히 근거 없는 억측이나 풍문이라고 치부하기엔 현 상황이 엄중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비선은 역대 모든 정권에서 있었던 것"이라면서 "비선은 잘 쓰면 보약이고 잘못 쓰면 독약인데, 독약이 될 가능성이 70%다. 대부분 초기엔 사심이 없다가 나중엔 야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건강한 비선라인은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비선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지도자에게 충성만 하는 사람들로 보여 더 위험하다"면서 "박 대통령이 냉철하게 결단을 내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임기 내내 애를 먹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