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줌 바
‘체중을 줄여야지’ 지금까지 줄곧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날씬한 몸매에 걸친 옷매무새를 상상해보면 꼭 실천해야 할 일이다. 허나 소식으로 버틸 자신이 없고 꾸준히 운동하는 일에 게으름이 앞선다. 게다가
식욕을 억제할 힘이 약하다 보니, 몸무게를 줄이겠다는 결심도 작심삼일이다.
꼬맹이 손자를 태울 학교 버스가
내 시야에서 멀어지면 허둥지둥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정해진 운동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사십 마일로 페달을 밟는다.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싱그럽다. 차창 밖은 계절 알림에 제가끔 애교를 부린다. 아름답게 단장한 미모로 아침 인사도 빠트리지 않는다. 운전하는 나의 눈길은 창밖의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흥겨움에 흥얼거린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운동 장소로 가는 길은, 나를 일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맛을 준다.
수영 탁구 요가 스텝 라인댄스 줌바
등등 택하고 싶은 운동들이 줄줄이 있는 그곳엔, 남성들보다 많은 여성들로 붐빈다. 나는 땀 흘리며 하는 유산소 운동이 체중 줄이기에 안성맟춤이라 생각하고 줌바를 선택했다.
먼저 스포츠 옷 가게에서 빠른 속도에
발 맞추어 율동할 수 있는 신식(?) 운동복을 샀다. 몸에 딱 달라붙은 품새가 가관이다. 배불뚝에
궁둥이 툭! 이렇게 입고 과연 줌바를 할 수 있을까? 에이! 모르겠다. 눈 딱 감고 한번 해보리라!
넓은 장소엔 오륙십 명이 모여 빠른
리듬으로 제가끔 열정적으로 움직인다. 그 무리 속엔 나이는 없다. 줌바
선생의 동작에 따라 땀을 흘리며 오직 한 목적, 건강과 살 빼기 위한 전쟁을 선포한 듯 율동에 몰두한다.
나는 언제나 맨 앞줄에 서서 줌바
선생의 몸놀림을 놓칠세라 집중한다. 한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고 나면 땀에 젖는다. 살이 좀 빠진 듯 기분이 좋아진다.
은근한 쾌재 속에 운전하는 마음도
가볍다.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가 영양 보충할 심사로 요리 솜씨를 부려본다. 아니면 맛집을 찾아 외식으로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체중 줄이려는 동기부여가 점점 희미해지고, 게다가
점심 약속이 있으면 으레 줌바 운동을 뒷전으로 한다. 식도락에 비중을 줌바 운동보다 더 두니, 나의 신체는 경고의 알림을 받는 것 같다.
어느 날 줌바반에 늦은 지각생이
되었다. 벌써 많은 분이 빼곡히 자리잡아 공간이 없는 듯 꽉 차 있었다. 중간 줄 끝 쪽에 여유가 있는 듯했다. 한참 신나게 리듬에 맞춰
율동하고 있는 무리 속의 중앙으로 무작정 뛰어 들어갔다.
아뿔사! 왜
하필이면 중간쯤에서 신발 앞쪽이 모서리에 걸렸을까! 꽈당! 하는
소리와 함께 두 팔을 벌리고 나자빠졌다. 분명히 뼈가 부러진 느낌이 들었다. 순간 창피함으로 아픔도 사라졌다. ‘빨리 일어나야겠다는’는 일념으로 벌떡 일어났다. 손바닥에선 약간의 피가 흘렀다.
“아유 오케이?” 일제히 운동을 멈추고 나를 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아유! 부끄러워!’숨고
싶었다. 경황없이 나를 점검하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휴! 얼마나 다행인가! 어느새 운동 동지(?)들이 부산하게 나의 손바닥을 치료해주며 고마운
손길을 펴주었다. 얼마나 감사했던지!
그동안 줌바 운동을 한답시고 씨름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나를
행운으로 인도한 보람이 있었네, 돌아보니 뭉클한 마음이 된다. 체중
줄이려고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결국 나의 몸을 지켜준 줌바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으리라.
이제 또 새해가 밝아온다. 지난 날의 습성에서 벗어난 몸 관리에 철저해야 할 것 같다. 몸에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체중 줄임,
건강 챙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각오로 단단히 재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