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높은 작품수준을 자랑하는 워싱턴주 한인 문인들의 모임 가운데 하나인 서북미문인협회(회장 심갑섭)가지난 주말 공개 ‘문학강좌’를 열어 회원들의 문학적 역량을 높이고 일반 한인들에게 문학에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북미문인협회가 지난18일 새해 첫 특별 행사로 마련한 문학강좌는 ‘재미있게 이해하는 한시의 세계’란 주제로 남서울대 중국학과 배 다니엘 교수가 이끌었다.
배 교수는 이날 7언 율시와 5언 절구등 음률 등에 따라 지어지는 중국 한시의 특징 등을 통해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와 감정, 표현기법등을 재미난 설명과 운치있는 낭송, 분위기 있는 음악 등과 곁들여 소개했다.
방학 동안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시애틀을 찾아 한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어와 문학 강좌 등을 열고 있는 배교수는 이날 이태백과 두보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중국 시인들의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배 교수는 “중국 한시를 주제로 문학강좌를 열었지만 이를 통해 시애틀 한인문학인들이 갖고 있는 문학에 대한 열정 등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시애틀 한인 문학이 힘든 이민 생활 가운데 큰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심갑섭 회장은 “서북미 문인협회는 매달 한차례씩 모여 시와 수필 등 문학 공부를하고 있다”면서 “문학에 관심있는 한인분들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의: (206)861-3483
<배교수가 강의에서 소개한 한시중 당나라 여류시인 어현기(魚玄機)가 쓴 작품>
제목:寄李億員外(기이억원외)-원외랑(員外郞) 이억(李億)님께
羞日遮羅袖(수일차라수) 해보기 부끄러워 비단옷 소매로 얼굴 가리고
愁春懶起妝(수춘나기장) 봄날이 시름겨워 일어나 화장하는 일도 게을리 합니다
易求無價寶(이구무가보) 값 매길 수 없는 보물은 차라리 구하기 쉬우나
難得有心郞(난득유심랑)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이는 얻기가 오히려 어렵지요
枕上潛垂淚(침상잠수루) 밤으로 베개 머리에서 눈물 흘리고
花間暗斷腸(화간암단장) 낮에는꽃받에서 남몰래 애간장 태웠답니다.
自能窺宋玉(자능규송옥) 제가 먼저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기에
何必恨王昌(하필한왕창)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첫사랑에게 시집갈 걸 그랬다고.
<작품 배경>
어현기(843~868)는 이억의 소실이었는데 본부인의 질투로 인해 쫓겨났다. 그 후 연인을 둘러싸고 삼각관계에 있다 시녀를 채찍질해 죽인 죄로 26살의 나이에 처형됐다. 작품에서 宋玉(송옥)은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보기 드문 미남이어서 이웃집 여인이 담장 틈새로 한번 엿보고는 사랑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하는데 이 시에서는 이억을 가리킨다. 王昌(왕창) : 누구를 가리키는지 정설은 없지만 미혼 처녀의 이웃집 총각으로 첫사랑의 상대로 노래되는 경우가 많다.
<배교수가 이날 강좌에서 준비해온 곡으로 한인들에게 익숙한 등려군의 첨밀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