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억달러서 13억7,500만달러로 줄이기로 양당 합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공약 1호로 내세워 사활을 걸었던 국경 장벽 예산이 대폭 깎이게 됐다.
미국 공화ㆍ민주 양당 협상단은 11일 밤 의회에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예산 13억7,500만달러 배정을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방지 협상 시한으로 정한 오는 15일을 앞두고 원칙적인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국경 장벽
예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요구했던 57억달러에서 75%가
깎여 4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다.
공화당 소속 상원 세출위원장인 리처드 셸비 의원은 “백악관과
사전 조율됐다”고 전하며 “대통령이 승인 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벽 규모도 트럼프가 주장한 200마일에서 55마일로, 장벽 소재도 강철 콘크리트가 아닌 철제 펜스 등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일단 민주당의 승리로 해석되고 있다.
언론들은
즉각 ‘민주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한 푼도 못
준다”고 버티다 다소 양보하긴 했지만, 트럼프의 핵심 공약을
크게 후퇴시켰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쓰레기 같은 합의”라며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 앵커인 션 해니티는 시청자들을 향해 “쓰레기 타협안”(garbage compromise)이라며 “이를 지지하는 공화당원이라면
이유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경 지대인 텍사스주 엘패소시를 찾아 “의원들이
협상에 진전을 이뤘다고 하더라”며 “어쨌든 장벽은 지어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야 합의를 수용하면서 지지층 달래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1호 공약에서 크게 양보를 한
것은 장벽 예산을 둘러싸고 역대 최장인 35일간의 정부 셧다운(shutdown·업무
일시 정지)에 따른 민심 이반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80만명 공무원의 생계는 물론 국가 안보와 서민 복지가 타격을
입고 증시가 추락하는 등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결국 트럼프는 장벽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달 26일 셧다운을 3주간 일시 해제했으며, 최근 여당 지도부에 협상 전권을 주고 예산 축소를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장벽 예산에 합의했지만 보수층의 반발이 앞으로 변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