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북한에 억류돼왔던 워싱턴주 린우드 한인 케네스 배(46ㆍ한국명 배준호)씨가 석방돼 시애틀로 귀환했다.
미 국무부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비밀리에 북한을 찾아 석방 교섭을 마쳤고, 전용기 편으로 배씨와 또 다른 억류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24) 등억류자 2명 모두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배씨와 밀러씨는 시애틀 시간 기준으로 8일 미국령인 괌에 도착했으며 이날 밤 8시 59분 타코마에 있는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BLM)에 도착했다. 캘리포니아가 고향인 밀러는 다시 캘리포니아로떠난다.
이날 배씨 등 2명이 도착한 JBLM 기지에는 린우드에 살고 있는 배씨의 어머니배명희씨와 여동생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에드몬즈의 테리 정씨 및 정씨의 남편과 두 딸 등 가족이 마중을 나갔다.
배씨와 가족들은서로 얼싸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다. 배씨의 아들인 조너던 배와 딸 등은 애리조나주에 살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4월29일 북한에 들어갔다 억류됐던 또 다른 미국인 제프리에드워드 파울(56)을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하기도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북한에 억류돼왔던 미국인 모두가 자유의 몸이 됐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 출신으로 주로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배성씨의 아들인 케네스 배씨는 어렸을 적 어머니 배씨 등 가족과 미국 이민을왔으며 선교사로 중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북한을 드나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광단을 이끌고 수 차례 북한을방문하기도 했던 케네스 배씨는 2012년 11월 3일 북한에서 동영상 등을 촬영하다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라는 죄목으로 억류된 뒤 지난해 4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2년 넘게 억류 생활을해왔다. 북한에서 억류생활을 한 미국인 가운데 최장 기간 억류되는 기록을 세웠다.
북한이 억류했던 미국인들을 전격적으로 석방하며, 북핵문제 등과관련한 북미 간 대화재개를 전제로 한 교섭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일단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지 북핵문제와는 별개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유엔차원에서 북한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회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움직임이 있는 것과 관련 북한이 일종의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석방 과정에서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았다”며“이번 일이 핵무기나 미사일 문제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무관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행됐을것”이라고 풀이했다. 미 국무부는 배씨 석방 등을 위해 최선을다해 준 스웨던 정부에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배씨 등이 석방된 뒤 버락 오바마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배씨 등 두 사람의 안전한 귀환에 매우 감사한다”며 “오늘은 석방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정말로 최고로 즐겁고 기쁜 날”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히어려운 임무였음에도 훌륭히 해내준 클래퍼 국장에게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배씨가 석방된 뒤 배씨의 여동생인 테리 정씨는 가족을 대표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빠가시애틀로 돌아와 서로 안을 생각을 하니 감개무량하다”며 “올해추수감사절 파티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8일 아침 일찍 국무부로부터 오빠의 석방 소식을 전해들었다”면서 배씨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 미국 정부와 스웨덴 정부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애리조나에 살고 있는 배씨의 아들은 조너던 배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인터뷰를 통해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조너던 배군은 “7일 오후 늦게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며 “짧은 통화였으나 아버지의 목소리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예전의 모습으로 곧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조너던 배가 전한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미국인 2명에 대한 석방은 공지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케네스 배씨는 이날 농장에서 작업하던중 갑자기 “곧 집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놀란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