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외도 후 별거하고 있는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 상고심에 양승태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이 참석했다. 이날 상고심에서는 바람을 피우는 등 혼인파탄의 책임있는 배우자가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유책주의' 판례가 유지됐다. 2015.9.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유책주의 7 vs 파탄주의 6 '팽팽'…다수의견 "이미 협의이혼제 있어"
"파탄주의 도입시 일방 배우자 고통 우려…입법적 배려 있어야"
민일영 대법관 등 6명 "실체 소멸됐다면 관계 정리해야" 반대의견
바람을 피우는 등 혼인파탄의 책임있는 배우자가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유책주의' 판례가 유지됐다.
다만 대법관 13명 중 6명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유책주의 반대와 찬성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외도후 별거하고 있는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선 대법원은 "우리나라는 재판상 이혼청구제도 외에 협의이혼 제도를 두고 있어 유책배우자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우리 법제상 굳이 유책주의를 버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즉 파탄주의를 채택한 나라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나라는 협의이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이혼중 77.7%가 협의상 이혼에 해당한다"며 "유책 배우자도 진솔한 마음,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 배우자를 설득해 이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널리 인정하면 상대방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파탄주의를 채택한 영국, 독일 등에서는 상대방 배우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거나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이혼을 제한하는 규정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는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 책임 등에 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이 없고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의 운용을 통한 배려는 한계가 있다"며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상대방 배우자를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며 "자녀들이 해체되지 않은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 등 대법관 6명은 "혼인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혼인생활의 실체가 소멸됐다면 실질적인 이혼 상태라고 할 것이고 그에 맞게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파탄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A씨는 B씨와 1976년 결혼했지만 1998년 불륜관계에 있던 C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은 뒤 2000년부터 집을 나와 C씨와 살다가 2011년 B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1·2심 법원은 유책주의 판례에 따라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며 두 사람의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책주의는 가부장적 질서가 팽배하던 1965년 남편이나 시댁이 잘못을 하고도 죄 없는 부인을 내쫓는 '축출이혼'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상대방도 혼인생활이 이미 깨진 뒤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하고 복수심으로 상대방 배우자를 묶어드려는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해 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 역시 그간 취해왔던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로 돌아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파탄주의를 적용한 하급심 판례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혼인파탄의 책임 있는 배우자들의 이혼 청구는 허용하지 않는 기존 방침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