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이후 평화로운 제헌의회 설립·총선 등 지원
노벨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할 것"
올해 노벨 평화상은 튀니지의 민주화를 이끌고 지원한 4개 민간단체인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에 돌아갔다.
카치 쿨만 피베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열리고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된 수상자 발표에서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의 안정과 민주화에 기여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Tunisia's National Dialogue Quartet, 이하 기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피베 위원장은 "기구는 튀니지가 내전 위기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다원적인 민주주의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노벨 위원회는 기구가 격변 속에서도 국가의 기반을 닦는 작업을 해 튀니지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 수상이 튀니지의 민주주의를 보호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이번 수상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데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 4개 단체는 튀니지 전국노동총연맹(UGTT), 튀니지 상공인연합(UTICA), 튀니지인권연맹(LTDH), 튀니지 변호사회 등이다.
지난 2013년 기구를 구성한 이들 단체는 튀니지의 노동계와 재계, 시민사회계, 법조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인권보호와 법치, 복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혁명 움직임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집트, 리비아 등 많은 나라들이 독재자를 축출하고 정부를 구성했지만 정정불안이 이어지면서 군부 회귀, 인권 탄압, 폭력 사태 등이 속출했다.
그러나 튀니지는 이번에 평화상을 수상한 기구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인권 보호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이끌어냈다.
기구는 제헌 의회의 활동을 도와 헌법 제정과정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난해 10월 총선이 잘 마무리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2011년 1월 독재자인 벤 알리 전 대통령이 퇴출된 후 혁명을 이끌었던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와 독재 시절 집권 세력인 세속정당 '니다투니스'가 심각한 갈등 없이 국익을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이어 정권 이양과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세력이 아닌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 또한 높이 사는 한편 기구가 재스민 혁명을 통해 얻은 성과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위원회는 이런 성과가 각각이 아닌 하나된 단체로서의 노력의 결과라며 평화상을 4개 단체가 아닌 기구에 수여한다고 강조했다.
기구에 속한 단체 중 하나인 UGTT의 하우신 아바시 사무총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평화상은 튀니지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순교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런 청년들의 노력이 독재라는 역사의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만들었다"며 혁명 과정에서 희생된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이어 "이번 수상은 튀니지에게 대단한 기쁨이자 자랑이 되는 동시에 아랍 국가에는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모든 국민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우리에게는 평화의 길로 나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필요하다"며 기구의 수상을 축하했다.
유럽연합(EU)은 "기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정치적인 혼란에서 벗어나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는 길을 제시해줬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