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페일린 전 미국 부통령 후보(왼쪽)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 AFP=뉴스1>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이날 아이오와주 에임즈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현장에 등장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지도자를 맞을 준비가 되었느냐"고 소리치며 트럼프 지지의사를 천명했다.
페일린은 트럼프에 대해 "거래의 대가"라고 묘사하며 "그는 어떻게 일을 주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여러분에게 도움의 손길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버텨달라"고 호소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있어 "소극적인 최고 항복자"라고 지칭하며 "우리 전사들이 IS를 쳐부수게 만들어줄 최고사령관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역설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트럼프를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는 다른 공화당 후보들에 빗대 "정치적 결벽증을 마치 자살폭탄 조끼처럼 입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일린과 마찬가지로 공화당 내 강경 보수세력 티파티의 지지를 등에 업고있는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날 페일린의 트럼프 지지선언에 앞서 "페일린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 상원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2016년 페일린이 무슨 결정을 하든 나는 언제나 그의 팬"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페일린은 2012년 선거 당시 크루즈의 상원 레이스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페일린은 지난 8월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모두를 박살내고 있다"며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드러내왔으며 트럼프 역시 백악관에 입성 후 페일린에게 직책을 맡기겠다고 화답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의 트럼프 지지천명에 미국 내에서는 '환상의 커플'이 나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라 페일린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안 그럴 리가 있겠나'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트럼프와 페일린은 서로의 '미러 이미지(mirror image)'이자 멍청함으로는 공화당의 음과 양"이라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트럼프-페일린 조합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의 악몽이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페일린의 트럼프 지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티파티 지지자 중에는 여전히 페일린을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페일린은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북돋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이뤄진 페일린의 트럼프 지지 선언이 공화당내 지지율 2위로 트럼프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크루즈 후보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크루즈 캠프 측은 세차례나 결혼하고 교회에 가지 않는 억만장자인 트럼프에게 부족한 지지층인 보수 성향의 여성 유권자들이 페일린으로 인해 트럼프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의 트럼프 지지의사에 따라 향후 부통령 후보 지목 여부도 주목된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맞수로 나섰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 정치 경험이 부족한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맞았다가 결국 패배했다.
당시 매케인 의원은 검증되지 않은 페일린을 지명해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았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감을 믿어야 한다"는 도전정신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